[문화카페] 버려진 채석장과 공장, 미디어아트로 되살아나다
[문화카페] 버려진 채석장과 공장, 미디어아트로 되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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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더위를 이 정도라도 피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더위를 먹고 한참을 고생했다. 대학이 방학을 시작한 지는 한 달 남짓이나 지났지만,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밀린 연구를 위한 유예기간뿐이다. 이런저런 출장으로 벌써 3주 이상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다. 한여름의 유럽은 날씨가 선선해서 환영할 만 출장지였지만 올여름은 예외인가 보다.

서울에 버금가는(!) 남프랑스의 더위를 피해 찾아간 곳은 프랑스 남부 아를 인근에 있는 빛의 채석장이다. 석회석 채석장이 폐장된 곳을 명화의 이미지와 음악으로 입힌 미디어 공연장으로 탈바꿈 한 곳이다. 

멀티미디어 전시를 통해 버려진 공간을 새로운 개념의 전시장으로 만들었다. 채석장의 벽면과 바닥을 스크린으로 사용하여 유명 화가의 작품을 소재로 한 미디어 프로젝션 작품을 보여준다. 올해는 피카소를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고 있고, 미켄란젤로, 클림트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전시를 매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버려진 동굴에 새로운 형식의 예술작품을 선보이면서 관람객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고 지역의 활성화까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파리 시내에는 폐공장을 개조한 미디어 전시가 진행되는 곳이 있다. 빛의 아틀리에(atelier des lumieres) 주물공장이었던 곳을 디지털 미디어 전시장으로 개조한 곳이다. 개장시간에 맞춰 찾아갔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 앞을 채우고 있었고, 그 중 반 이상은 이미 계약권을 가지고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전시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클림트의 작품과 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디지털 작품이 천평 정도의 공간에서 보여진다. 출입문을 이중으로 해서 깊은 동굴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 사방과 바닥을 가득 메우는 영상, 그리고 음악은 어느 순간 깊은 감동으로 몰입시킨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지만 영상으로 재탄생하면서 움직임이 느껴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작품을 느끼게 된다. 공연장 한쪽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스튜디오와 바가 있다. 간단한 음료와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새로운 형식의 예술은 융합과 관용에서 나온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이를 허용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 혁신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셈이다. 프랑스는 이미 미디어를 가장 먼저 예술로 받아들인 곳이기도 하다. 퐁피두 센터는 미디어아트를 본격적으로 전시한 최초의 공간이다. 그리고 채석장과 공장을 아트의 공간의 변모시키는 내공을 보여준 것이다.

창조는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나온 것들을 잘 묶어서 세상에 없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랑스의 채석장과 공장에서 본 것은 비디오기술과 영상의 결합이고, 명화를 소재로 한 것으로 각각의 것은 우리도 이미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결합하고, 이 공간을 채우도록 하는 발상은 기존의 한계를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움에 기인한 것이다.

올가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빛의 벙커는 성산포에 위치한 900평 규모의 벙커를 미디어 전시시설로 개편한 곳이다. 빛의 채석장과 빛의 아틀리에에 이은 세 번째 공간이며, 프랑스 밖에서는 처음 개관한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후에 또 어떤 새로운 공간이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김상헌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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