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툭하면 ‘발밑’ 사고, 지하시설물 안전점검 나서야
[사설] 툭하면 ‘발밑’ 사고, 지하시설물 안전점검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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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발생한 열수(熱水)관 파열 사고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난방용으로 이 일대 아파트 등지로 보내는 섭씨 100도에 달하는 물 1만t이 순식간에 도로 위를 덮쳐 일대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뜨거운 물이 50∼100m 높이로 치솟았고, 흰 수증기 때문에 앞을 보기 어려웠던 시민들은 속수무책으로 화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로 시민 1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2m 깊이 땅에 매설된 열수송관은 일산신도시 조성 때인 1991년에 설치한 낡은 관이다. 잔뜩 녹이 난 데다 균열까지 생긴 열수송관 윗부분은 높은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파편이 수십m를 날아갔다. 땅 속에는 열수송관 외에도 상·하수도관, 가스 공급관, 통신선 등 수많은 기반시설이 매설돼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백석동 지역은 잦은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2월 백석동 중앙로 도로에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편도 5개 차로 중 3개 차로가 통제된 바 있다. 당시 땅 꺼짐 현상은 2개 차로에 길이 30m 폭 5∼10㎝, 인도에 길이 3m 폭 10㎝가량의 균열이 발생했다. 2016년 7월에는 백석동 인근 장항동 인도에 지름 2m, 깊이 2m 크기의 땅 꺼짐 현상이 발생해 길 가던 60대 여성이 빠져 다쳤다. 2005년에도 이번 사고 지점과 가까운 인도에서 20대 남성이 직경 1m, 깊이 3m의 구덩이에 빠졌다가 구조됐다. ‘발밑 사고’가 너무 잦아 시민들이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해 2014∼2016년 발생한 도로 지반 침하 240건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4건 중 3건이 낡은 상·하수도관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반시설 노후화가 잦은 지반 침하 사고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그런데도 개선은 안되고 특별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일산,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 지역의 기반시설을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올 2, 3월 성남시 분당구에서 20년 이상 된 노후 열수송관이 두 차례 터지는 바람에 수 천세대에 난방이 끊기는 등 열수송관 파열사고가 올 들어서만 4번째다. 노후 열수송관은 수백㎞에 걸쳐 전국 곳곳에 퍼져있다.
크고 작은 땅밑 사고가 속출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안전 관리나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시민들 사이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지뢰밭 위를 걷는 것 같다는 자조섞인 비난이 거세다. 각종 배관과 전선이 묻혀있는 지하세계가 안전 사각지대라는 생각에 거리를 맘놓고 걷기가 무섭다고 한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노후화 타령만 해선 안된다. 땜질식 처방도 안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통신망·열수송관·가스망 등 노후화된 지하 시설물 전반에 대한 안전 점검에 나서야 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노후화된 SOC 안전 점검을 더 이상 늦춰선 안된다. 지하구조물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지하지도를 만드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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