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추위 피하러 화장실 가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
[사설] 추위 피하러 화장실 가는 어린 선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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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시상대에 올라선다. 메달이 수여되고 애국가가 연주된다. 선수의 얼굴이 태극기에 오버랩 된다. 따라 부르는 선수의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이어 굵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쯤에서 나오는 방송 멘트가 있다. ‘열악한 훈련 여건을 이겨 내고 오늘의 결과를 이뤄냈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습이다. 결국 ‘열악한 훈련 여건’은 ‘최고의 결과’를 더욱 빛내는 기본 조건과도 같았다.
옛날 얘기다. 체육도 과학이다. 성적은 투자와 비례한다. 최고의 여건을 제공해줘야 최고의 선수가 만들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본 포천 지역 중ㆍ고 육상 선수들의 사정은 딱하기 그지없다. 포천시에 학생 육상 선수는 6명이다. 경기도 체전이나 전국 체전에서 상위권에 드는 선수도 있다. 학교 수업일 끝나고 나서 공설운동장에 모인다. 오후 5시가 훈련 시작이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훈련과 동시에 어두워진다.
조명이 없다. 그 속을 아이들이 달린다. 부상의 위험이 크다. 옷을 갈아입을 라커룸도 없다. K3 축구 선수 등 성인 선수들이 모두 차지했다. 영하의 날씨에서 몸을 녹일 곳도 없다. 선수들이 찾는 곳은 화장실이다. 동파 방지용 화장실 히터에 모여 앉아 몸을 녹인다. 흡사 60, 70년대 운동선수들을 보는 듯하다. 부모들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한 학부모는 “다른 지역으로 전학시키고 싶다”고 털어놨다.
도민체전 또는 전국 체전에 지역을 대표해 출전하는 선수들이다. 가슴에 ‘포천시’라는 표식을 붙이고 뛰는 선수들이다. 시와 체육회에는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선수들이 소속된 학교에 약간의 지원금을 주고는 있다. 하지만, 정작 어둡고 추운 훈련장에 대한 관심은 없다. 조명 시설을 갖춰주면 되는데 기관 간의 협의 없이는 곤란하다는 답변을 한다. 이래 놓고 성적이 좋으면 기념사진 찍을 건가.
시 체육회 관계자의 말이 그나마 주목된다. “훈련 환경을 개선하겠다. 코치를 만나 자세한 요구 사항을 듣겠다.” 한정된 지자체 예산을 잘 안다. 육상선수 6명에만 행정력을 집중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지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캄캄한 운동장을 뛰고, 추우면 화장실로 달려가는 육상선수팀이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체육회 관계자의 약속이 이뤄지기 바란다. 포천시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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