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종이 달력·카드 ‘귀하신 몸’
디지털 시대… 종이 달력·카드 ‘귀하신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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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메신저 등으로 대체
아날로그 감성 문화 추억속으로 인쇄업체 ‘연말연시 특수’ 옛말

“요즘 달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달력에 연필로 메모할 때 나는 ‘사각사각’ 소리도 이제 아련한 추억 속에만 남았네요”

디지털 시대를 맞아 종이로 된 달력ㆍ직접 손으로 쓴 기념일 카드 등의 ‘아날로그 물품’이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10일 찾은 수원의 한 카렌다 업체에서는 달력을 제작하는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아닌 낯선 사람을 보고 경계하는 개소리만 들렸다. 39년간 이곳을 지키면서 수많은 달력을 만들어낸 A씨는 과거 연말의 경우 쉴 새 없이 기계를 돌려야 해, 하루에 3~4시간 잠자는 것 외에 모든 시간과 노력을 달력 제작에 쏟아부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최근 5~6년 동안 달력 주문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과거 연말의 달력 판매 부수가 10개라 가정하면 최근에는 4개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자를 방지하고자 요즘은 아예 재고를 만들지 않기 위해 먼저 주문이 들어오는 물량만 딱 제작ㆍ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의 B 카렌다 업체 관계자 역시 “올해의 경우 지난해 연말과 비슷한 물량의 달력을 만들었는데 지난해 매진된 것과 달리, 올해는 3분의 1 정도 재고가 남았다”며 “과거에는 기성용 달력을 대량 제작해도 연말만 되면 불티나게 팔렸는데, 요즘은 주문제작 아니면 전혀 팔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과거에 연말을 맞아 친구들끼리 크리스마스 카드와 크리스마스 실 등을 구매해 서로 주고받는 문화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C씨(38)는 “20여 년 전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려보면 친구들끼리 전하고 싶은 말을 손으로 직접 적은 카드와 실 등을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며 “우리 아이 세대는 결핵환자를 도와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따라 의무적으로 카드와 실 등을 구매할 뿐, 서로의 추억을 교환하는 문화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한인쇄문화협회 관계자는 “대안 용품이 다양하게 등장하면서 종이로 만들어진 제품을 찾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흐름”이라면서 “자연스러운 시대적 변화를 역행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일부러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만큼, 다시금 아날로그 제품의 부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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