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이무공(勞而無功)
[데스크 칼럼] 노이무공(勞而無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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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올해의 자영업자가 꼽은 사자성어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이다. ‘애만 쓰고 보람이 없는 것’을 뜻하는 이 사자성어는 자영업자들이 경기침체로 얼마나 어려운 한 해를 보냈는지 처절한 속내를 그대로 대변한다. 구직자들은 ‘고목사회’(枯木死灰, 말라 죽은 나무와 불이 꺼진 재)를 꼽았다. ‘형상은 고목과 같고, 마음은 불이 꺼진 재 같아서 기가 없고, 용기가 없다’는 의미다.

직장을 구하고 싶어도 갈수록 심화 돼가는 취업난에 자포자기 심정의 무기력한 상태를 빗댔다. 신조어로는 ‘입사 시험에서 서류 단계부터 탈락한다’는 의미의 ‘서류광탈’(면접광탈)을 비롯해 ‘돈이음슴’(얇아지는 지갑), ‘백수다또’(취업이 잘되지 않는 상태), ‘무한도전’(힘든 상황임을 알지만 일단 도전함) 등도 등장했다. 직장인들은 ‘다사다망’(多事多忙)을 꼽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는 뜻의 다사다망은 최근의 라이프 트랜드인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 추구)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무색하게 올 한해도 고충스럽고 팍팍한 직장생활의 심경을 드러냈다. ‘올 한해 자신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를 묻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설문조사플랫폼 두잇서베이와 공동으로 설문조사 결과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1천243달러로 전망됐다”며 “참여정부에서 지난 2006년 (1인당 GNI가) 2만 달러를 넘은 지 12년 만에 거둔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부터는 사회적 대화와 타협, 상호존중과 합의가 중요한 단계”라며 “3만 달러가 넘어가면 임금만 더 올리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소통을 통한 대화로 사회적 안전망을 잘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체감되지 않는 경제전망이 아닌가 싶다. 역대 최고의 실업률, 최저의 취업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자리다툼, ‘을(乙)’ 간의 전쟁, 장바구니 물가가 무서운 주부 등 올해 한국 경제 속사정은 우리가 기대했던 3만 달러 시대와는 거리가 있다. 비록 반도체 수출이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내수는 싸늘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주 52시간제를 도입했지만 오히려 근로자의 소득이 줄었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영세 자영업자들의 고충과 소규모 사업장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졌다. 또 기업경영을 압박해 경제 성장률이 2%대로 다시 떨어지며 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다. 여기에 고용시장의 양대 축을 이루는 건설·제조업과 40ㆍ50대의 고용 위축은 경제 성장동력을 떨어트렸다.

경제연구원과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경제의 어려움은 그대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정책 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도 한국 경제에 대한 국내 경제 전망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올해 2분기 때(4월) 2.9%, 3분기 때(7월) 2.8% 전망에 이어 4분기 때(10월 말) 조사에서는 2.5%로 낮아졌다. 이는 경제성장률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하향 조정되는 등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경기 하방 리스크 관리를 통한 경제 복원력 강화-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올 4분기 현재 한국 경제는 경제하강 국면이라고 전제한 뒤 경기 저점이 2019년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만 2020년 이후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재계도 글로벌 경제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통상압박, 경쟁격화, 강성노조 위협 등 국내ㆍ외 악재로 내년 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하락해 40%대로 진입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천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4~6일)한 결과,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41%는 부정 평가했으며 그 이유로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을 꼽았다. ‘2019 기해년(己亥年) 황금 돼지의 해’에는 ‘쿵쾅쿵쾅’ 힘차게 뛰는 스무살의 심장처럼 경제가 활기찼으면 한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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