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자유롭고 독창적인 영화하고 싶다"
고현정, "자유롭고 독창적인 영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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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키가 좀 크죠? 잘라버리고 싶어요" "제 얼굴이 크죠? 좀 잘라버리고 싶어요" "거짓말하지 말고, 잤죠? 아, 잔 건 알지. 그럼 날 넘었는지만 솔직하게 말해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본인은 드라마에서도 보여왔던 모습이라고 말했지만 고현정이 자신의 영화 데뷔작인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제작 영화사 봄ㆍ전원사)에서 뜻밖의 모습을 끊임없이 선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대배우인 김승우가 "선천적으로, 기능적으로 뛰어난 배우"라고 평했듯 그의 연기력은 생경함까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21일 '해변의 여인' 시사회가 끝나고 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와 연이은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행복하다"는 표현과 함께 시종 긴장하고 설레며 행복해하는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무대 인사를 할 때 긴장 탓에 말도 제대로 못 꺼낸 고현정은 무엇이 그렇게 행복함을 주느냐는 질문에 "좋은 감독님, 좋은 배우, 좋은 스태프들과 최선을 다해 작업했죠. 이런 인간 관계까지 좋은데, 심지어 그 결과물이 이렇게 좋게 나와 행복한 마음뿐"이라고 답했다.

고현정이 연기한 문숙은 애인과 함께 떠난 여행에서 영화감독 중래를 만나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런데 하룻밤을 보낸 이후 중래의 태도는 돌변, 미적지근하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겉으로는 쿨하게 남자를 이해하는 듯한 여자. 그러나 이틀 후 다시 내려와 중래가 그 사이 또 하룻밤을 보낸 여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남자에게 소리를 지른다. 결코 간단치 않은 역이다.

날짜로 따지면 사나흘. 고작 두 번의 만남인 까닭에 소탈한 옷 딱 두 벌만 입고 등장한다.

"영화를 보니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환하게 웃는 그는 문숙에 대해 "강한 여자, 양껏 하는 여자"라고 소개했다. "자기가 나름대로 겪었다고 생각하고, 그 세월만큼 뭔가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술 취해 배시시 웃는 것도 모자라 문 앞에 널브러져 자고, "잠을 안자면 애인이 아니냐"는 애인의 질문에 "어"라고 대답하고, 남자가 바람난 여자와 술을 마시며 "이혼해라"고 충고하는 모습 등은 재벌가 며느리 출신이라는 그의 '과거'와 CF 등으로 비롯된 그의 이미지를 도대체 찾아볼 수 없다.

"과거 우울한 기분이 든 어느 날 혼자 있고 싶어 극장을 찾았는데 마침 홍상수 감독님 영화 '강원도의 힘'이 상영중이었고 그 날 이후 홍감독님 영화를 찾아서 봐와서 감독님이 미스코리아 출신에 왠지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저 같은 배우와 작업하고 싶다고 반갑게 말씀해 주셨을 때 너무 좋았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는 말에 "제 이미지가 어떻죠?"라고 반문하며 "저도 열 받으면 확 열받고, 싫으면 그저 싫어요"라며 편안한 어투로 말했다.

시나리오도 없이 그저 즉석에서 이뤄졌던 작업이었지만 감독과 작품을 이해하고 나면 저절로 대사가 외워졌다고 했다.

"첫 영화인 까닭에 어떤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그저 감독의 주문대로 하려고만 했다"는 고현정은 드라마 '봄날', 영화 '해변의 여인'에 이어 다음달 시작할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에 잇달아 출연하는 것에 대해 "굶어서 그런가"라는 표현을 썼다.

"10년 만에 컴백했죠. 컴백을 앞두고 '생활처럼 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까 작품을 고를 때 생각을 많이 하더군요. (연기를 떠나있던) 10년 동안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을 텐데 이런 모든 것들이 묻어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예전보다는 훨씬 더 복잡해졌어요."

또한 그는 "일을 안하고 있으면 약간 우울해진다. 그래서 누가 같이 하자고 하면 냉큼 '네'하고 대답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제작사인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는 "TV에서 오래 연기한 배우들이 흔히 갖고 있는 연기의 나쁜 습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말로 고현정의 천부적인 연기력을 칭찬했다. 홍상수 감독도 세월이 흘러 변한 것도 있겠지만, 고현정 김승우의 호연은 여느 영화와 달리 배우를 드러나게 했다.

영화와 드라마. 이제 양 축을 모두 가진 연기자가 된 그에게 두 장르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드라마는 성기고 수세미 같지만 친정같아요. 드라마는 실제 생활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많이 봐와서 친숙하죠. 그런데 영화는 결이 일어나는 듯 해요. 틀과 룰을 갖춘 작품은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영화는 형식과 표현방식이 자유롭고, 독창적인 작품을 했으면 합니다. 제가 찾아서 해야죠."

이제 영화 관객과 드라마 시청층의 주류는 90년대 '모래시계'로 대표되는 그의 절정의 연기를 보지 못한 채 컴백한 고현정을 보는 세대다. 2006년의 관객을 만나는 데 두려움은 없을까.

"나를 알아주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나를 모르는 쪽이 낫지 않나 싶어요. 일부러 제가 그들에게 다가가기 보다는 작품이나 연기 속에서 그 순간 고현정을 느끼는 게 좋을 것 같구요. 예전과 지금 관객의 차이? 별로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지만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전국 35만 명이 든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이 최고 흥행작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을 법 한데.

"드라마가 시청률이 중요하고, 영화는 흥행이 중요하다는데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아직 전 관객이 얼마 들었느냐가 중요하진 않아요. 그저 좋은 감독님과 좋은 영화를 찍은 것만으로도 좋죠. 다만 못 본 분들은 나중에 안타까워할 것 같네요. 저도 지내다 보면 극장에서 미처 못보고 DVD나 비디오로 보고 나서 저의 게으름을 탓할 때가 있는데 진짜 좋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면 속상하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대답하면서도 능수능란한 말솜씨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영화 데뷔작을 재미있게 끝마치고 포만감을 부를 정도의 만족함을 얻은 그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컴백해서 드라마하고, 영화 할 때 느끼는 긴장감과 간간이 오는 휴식, 이런 시간이 앞으로 5~6년만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결코 쉽지 않은 작품에서 새삼 연기력을 증명한 고현정은 이제 꽤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정리된 듯 차분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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