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촛불 정부 위에 새겨진 최대 시위 기록 / 불법·폭력 줄었다고 자랑만 할 일인가
[사설] 촛불 정부 위에 새겨진 최대 시위 기록 / 불법·폭력 줄었다고 자랑만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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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집회ㆍ시위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경찰청이 밝힌 지난해 집회ㆍ시위는 모두 6만8천315건이다. 이는 전년도보다 58% 늘어난 수치다. 야간 집회가 처음 허용된 2010년의 5만4천212건을 넘어선 사상 최대 기록이다. 가장 많았던 분야는 노동으로 모두 3만2천275건이다. 전년도 1만8천659건에 비하면 무려 73%나 증가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 등이 강해지면서 집회가 급증한 것으로 경찰청은 분석했다.

반면 불법ㆍ폭력 시위는 전년도와 같은 수준인 12건이다. 전체 발생 수치가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발생 비율은 크게 낮아진 셈이다. 불법ㆍ폭력 시위 감소가 갑작스런 현상은 아니다. 최근 6년간 지속적으로 줄어왔다. 2013년에는 45건이 발생했었다. 미신고 집회 건수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53건으로 전년도 144건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경찰의 금지 통보 건수는 12건으로 전년도 118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경찰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미신고 집회 건수가 줄어든 것은 합법적으로 집회를 하는 추세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금지 통보가 급감한 것에 대해서도 정책적으로 집회ㆍ시위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데 따른 결과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통계를 발표한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 있다. “대화경찰관제를 시행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등 평화적 집회ㆍ시위 보장을 위한 경찰의 노력이 있었다.”

경찰 입장에서는 이런 의견을 내놓을 수도 있다. 집회ㆍ시위에 대하는 경찰의 기본자세가 과거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지엽적인 해석이 ‘역대 최대 시위 발생’이라는 본질적 문제를 덮고 갈 수는 없다. 촛불 집회라는 전대미문의 국민집회가 탄생시킨 정부다.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상징되는 소통과 대화를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정부다. 하필 이런 정부에서 사상 최대 집회 기록이 만들어졌다. 문제 아닌가.

모든 시위의 시작은 제도적 불통에 있다. 노사정 역할이 부족하니 노동 시위가 느는 것이다. 성 평등 정책이 부족하니 젠더 시위가 느는 것이다. 이걸 평화적 시위 문화 정착이라 해석하는 것은 극히 편협된 판단이다. 촛불 집회를 통해 탄생한 정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혹여라도 시위 만능 문화로 가는 통계적 경고 아닌지 살피게 된다. ‘사상 최대 집회 기록’이라는 통계 앞에 좀 더 냉철해지고, 좀 더 진지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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