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브람스를 아시나요? 그리고 베토벤은?
[문화카페] 브람스를 아시나요? 그리고 베토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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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를 하다 보면 네 종류의 성향으로 참석자들을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회의를 주도하며 많은 말을 하지만 생산적인 내용이 많지 않은 사람. 둘째, 많은 말을 하는데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주옥을 꿴 목걸이에 비유될 사람.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고 유쾌하다. 셋째, 회의는 물론 평소에도 거의 의사표시가 없어 그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늘 궁금한 사람. 넷째, 말 수가 거의 없지만 그가 입을 여는 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값진 철학이 쏟아져 나와 머리를 숙이게 되며 곁에 오래 머물고 싶은 사람.

요하네스 브람스 (1833-1897)는 네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는 침묵의 거대함이 핵심적인 표현이 된다. 아픔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의 표현은 오히려 고요하다. 연주자들이 브람스의 음악을 접할 때마다 고민하는 것은 그의 심오한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여 무대에 올리는가? 라는 것이다. 종적이고 거칠게 보였던 그의 표현은 연주를 거듭할수록 횡적이면서 부드러운 표현이었음을 인지하고 부끄러움을 갖는 경우도 많다. 브람스의 표현은 한 구절 한 구절이 길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물 같다. 이에 상응하는 지대한 인내심 없이 그의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미숙한 연주가 될 것이 분명하다.

브람스는 베토벤(1770-1827)의 서거 6년 후에 태어났다. 당연히, 브람스는 베토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베토벤 이후의 다른 작곡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슈베르트(1797-1828), 멘델스존(1809-1847), 슈만(1810-1856) 등이 베토벤을 능가 또는 견줄만한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흔적들이 그들의 작품 속에서 발견된다. 브람스는 어릴 적부터 천재로 인정을 받고 피아노연주를 다녔다. 그가 연주한 주요 레퍼토리는 바흐와 베토벤이었다.

브람스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슈만은 “베토벤만큼 기대되는 젊은 음악가는 브람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브람스는 “나를 쫓아오는 거인 (베토벤)의 발자국 소리를 항상 듣고 산다”라고 그의 심경을 친구에게 고백했다. 베토벤이 당시 음악계를 엄청난 폭풍우처럼 휩쓸고 간 후 그는 넘을 수 없는 높은 성으로 남아 있었다. 1879년, 베토벤이 떠난 지 50년이 지나서야 첫 번째 브람스의 교향곡이 연주되었다. 열정의 청년 브람스는 세계를 놀라게 할 교향곡을 만들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으나 20여 년 동안 큰 진전이 없었다. 역사를 바꾼 베토벤의 9개 교향곡을 의식한다면 이 벽을 넘는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있기에 이런 딜레마를 갖는 것에 공감한다. 브람스의 1번 교향곡을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브람스는 본인을 무한히 존경했던 베토벤의 연장선이라고 표현해 주는 세간의 평을 거부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엔나 시립묘지에 가면 베토벤 바로 옆의 브람스 묘지가 있다. 그는 죽어서도 베토벤과 함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브람스는 베토벤의 그림자에 묻혀 산 것이 아니라 그의 위대한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는 영광을 누린 것이다. 브람스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독일음악의 대표작곡가 세 사람, ‘3B’ (Bach, Beethoven, Brahms) 의 한 축으로 인정받게 된다. 세상의 모든 고통, 절망 그리고 아픔을 용광로에 넣어 새롭게 녹여내어 건지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긴 세월을 인내하며 내공을 다듬었다.

브람스의 교향곡을 듣다 보면 베토벤이 겪었던 외로움과 그보다 더 심한 갈증을 충실히 녹아내어 생성된 브람스의 위로와 평화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140년 전, 브람스가 그의 교향곡을 통해 인류에게 던진 사랑의 메시지를 편안하게 들으면서 행복한 새해를 희망한다. 21세기 현대인들은 외롭다. 외로운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 이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가? 공허한 마음으로 인해 충족함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가? 브람스를 듣자. 그의 음악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이 크기 때문이다.

함신익 심포니 송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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