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高 병원 실습생의 눈물] 상. 실습의 폐단 ‘여전’
[특성화高 병원 실습생의 눈물] 상. 실습의 폐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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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타는 예비 간호조무사 “우린 심부름꾼”

지난 2017년 현장실습 도중 기계에 깔려 사망한 ‘이민호군 사건’을 계기로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이 폐지되고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도입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밟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여전히 ‘병원실습의 폐단’이라는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보는 간호실습과 관계 없는 심부름이 난무하는 특성화고 간호조무사 자격증 ‘병원실습’의 현 실태를 짚어보고, 구조적 문제점과 대안을 찾아본다.

“환자복 빨래에 커피 배달까지…저희는 그냥 심부름꾼입니다.”

경기도내 한 특성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A양(19)은 방학마다 병원에서 ‘실습생’으로 일한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시험에 응시하려면 병원실습 780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A양이 병원에서 하는 ‘간호실습’은 허드렛일이 대부분이다. 이물질이 묻어 있는 환자복을 빨래하고, 선배 간호사의 커피 심부름을 도맡는다. A양은 “병원실습은커녕 온종일 심부름하러 다니거나 멍하니 서 있는 게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도내 한 병원에서 간호실습을 하는 특성화고 2학년 B양(19)도 마찬가지였다. 외래병동에서 근무하는 B양은 주사실의 포장지를 버리거나 환자를 병동까지 안내하는 일을 주로 한다. 또 병원 내 약이 떨어지면 인근 약국에서 약을 사오거나 간호사들의 잦은 커피 심부름이 주된 일과다. B양은 “고등학교 입학 후 방학마다 병원실습을 다니고 있지만, 배우는 건 하나도 없다”며 “차라리 이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 ‘무임금 노동자’로 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고 자괴감만 밀려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병원실습이 ‘심부름 실습’으로 전락하면서 학생들의 처우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도내 11곳의 특성화고교에 보건간호과 등의 간호계열 학과가 설치돼 있다. 이 곳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매년 여름ㆍ겨울방학 마다 병원에서 총 780시간의 간호조무사 실습을 해야 한다.

학생들은 병원에서 한 일을 실습일지에 기록한 뒤 병원, 학교에 확인을 받고 실습시간을 인정받는데, 학생들이 작성한 실습일지에는 원무과에서 복사업무, 약국 가서 환자 약 타오기 등 간호실습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 비일비재하다.

간호실습 중인 1학년 C양(18)은 “실습일지는 780시간을 채우기 위한 형식적인 일지에 불과하다”며 “병원에서 하는 일도 없는데, 실습일지를 채우는 일이 제일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간호조무사 교육훈련기관의 지정ㆍ평가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는 실습교육의 표준교육과정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간호조무사 실습교육의 표준교육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일부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우선 간호조무사 양성학원과 특성화고의 운영과정을 관리하는 최소한의 규제부터 시작하면서 앞으로 단계적으로 규제 폭을 키워 의료인력을 확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훈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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