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말과 말귀 사이에서 실수를 줄이는 법
[경기시론] 말과 말귀 사이에서 실수를 줄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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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피자집에서 고객의 영수증에 ‘말귀 못 알아먹는 할배 진상’이라고 쓴 문구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수요일은 30%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피자를 산 고객이 결제금액에 대해 물었는데, 직원이 퉁명스럽게 그게 할인된 금액이라고 말했다. 고객 생각에 소비자는 그런 걸 잘 모르니까 30% 할인한다고 하면 1만9천900원에서 더 할인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퉁명스러운 어투로 ‘이게 할인한 거’라고 답했다고 한다. 고객은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원했던 것인데, 말귀를 못 알아들은 노인 취급을 받은 것이다.

정말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경우는 이런 때다.

명절이 다가올 때 “바쁜데 뭐하러 오냐?”는 부모님 말씀을 곧이곧대로 듣고 진짜 안 가는 것. “김 대리가 바쁜 거 같은데 좀 가보라”는 상사의 말에 정말 가서 김 대리를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눈치 없고 둔한 후배 취급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사실 이렇게까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다음과 같은 사람은 종종 볼 수 있다.

“김 대리,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면서?”라고 물었는데, “네. 제가 컨설팅회사에서 좀 날렸죠. 그때 얼마나 잘 나갔느냐 면요…” 이런 말은 요즘 표현으로 ‘TMI(Too Much Information)’다. 다른 사람이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 내용을 먼저 나서 지나칠 정도로 많이 알려주는 것이다.

한 번만 살짝 상대의 말을 마음으로 터치해보면 “이분이 왜 지금 내가 컨설팅했던 경력에 관심을 가질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 않을까?”라는 맥락으로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네. 그런데 무슨 도움이 필요하세요?”라고 묻는 사람이 바로 말귀 알아듣는 센스 있는 사람이다.

우리나라는 서구사회보다 있는 그대로 말을 알아듣고 실행하면 실수할 위험이 큰 사회다. 우리 사회가 ‘고맥락의 언어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직장에서도 상세하게 만들어진 업무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앞뒤 상황과 맥락을 파악해서 일 처리하는 것이 관습이라 ‘말’하지 않아도 ‘말귀’는 알아먹어야 한다. 그 때문에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행동하기보다 말의 이면에 깔려 있는 상대방의 의도나 감정, 욕구까지 헤아려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말의 행간, 글의 행간을 읽어야 실수가 적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의 의중을 잘 살피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먼저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 집중을 해야 한다. 급한 성격이 있다면 잠시 지긋이 잡아두고 섣부른 판단과 예단은 자제하고 끝까지 잘 듣고 궁금한 것은 물어야 한다. 끝까지 듣고 나야만 정말로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할 수 있고 내 생각을 전할 수 있게 된다.

말이든 글이든 앞뒤를 살피지 않고 필요한 말만 골라 듣거나 과정은 생략된 결론만 들으려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까지 배려하지 못한다. 또 사람은 대화할 때 말 자체로는 메시지의 단 7%만을 전한다고 한다. 나머지 93%의 메시지는 목소리와 말투, 표정, 몸짓 등이 서로 어울려 통합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바빠서 다른 일을 하면서 ‘듣고 있으니 말해’라고 말하는 건 10%도 안 되는 말만 듣게 된다는 의미다. 서로 눈을 바라보며 말소리가 전할 수 없는 비언어적인 요소가 전하는 진심을 봐야 한다.

잘 듣고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게 되면 안 될 일도 되고 될 일도 틀어져 버린다. 잘 듣는 일은 원만하고 수월한 커뮤니케이션의 첫 단추다. 오늘부터 대화할 땐 눈도 맞추고 마음도 열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새로운 메시지가 들릴지 모른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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