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당사자는 상처” / 평범하듯 주목되는 의정부 법원장 일성
[사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당사자는 상처” / 평범하듯 주목되는 의정부 법원장 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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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마음으로 법원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법원에서는 일상적인 사건일지라도 당사자는 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절박한 상태일 것이다.” 장준현 신임 의정부지법원장의 말이다. “가볍게 던지는 사소한 말 한마디, 사소한 몸짓 하나에도 당사자는 업무처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고 마음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고도 했다. 취임식은 하지 않았다. 대신 법관과 직원들에게 이메일 취임사를 보냈다. 그 취임사 가운데 일부분이다.
법원장들의 취임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법 정의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한다. 장 법원장 취임사도 그런 의례적 당부를 담고 있다. “사법부는 국민이 헌법을 통해 부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국민과 소통하며 함께 호흡하는 열린 법원을 만들고자 많이 노력했지만 국민에게 그만큼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상식에 기초한 재판, 공평하고 사심 없는 재판을 강조했다. 법관이 지녀야 할 사명감이다. 너무 당연해 새롭지도 않다.
우리가 주목하는 건 앞부분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법원에 오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맞다. 법원에 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은 없다. ‘당사자는 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절박한 상태’라고도 했다. 맞다. 판사에 운명을 맡겨놓은 당사자의 초조함은 비견할 데가 없다. 장 법원장 표현에서 당사자적 시점을 보게 된다. 판사석에서 본 당사자가 아니라, 당사자석에서 본 판사를 말하고 있다. 작지만 전혀 다른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유다.
대단치도 않은 표현에 별스런 의미를 부여한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재판을 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다. 재판 중에 보이는 판사의 모든 것은 관찰 대상이다. 판사 말 한마디에 희비가 엇갈린다. 판사 표정 하나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뭔가를 기록하던 판사 행동에 밤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이런 중대한 의미를 경하게 판단하는 판사들이 흔히 있다. 말, 표정, 행동으로 당사자들에 혼란을 초래하는 판사들이다.
판사들은 재판 중 크고 작은 모든 언행들을 신중하게 여겨야 한다. 재판 당사자들이 말하는 재판 불공정의 출발이 재판 과정에서 보였던 판사의 언행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장 법원장 취임사 속 당부는 이런 사소한 언행까지의 조심을 당부한 것으로 보인다. 승패를 잘못 예단케 하는 작은 언행, 진술을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작은 언행, 논지를 엉뚱하게 몰고 가는 작은 언행…. 당사자에겐 일생일대 피해를 줄 수 있는 판사의 언행들이다.
모든 재판 당사자들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와서 ‘불안하고 절박하게’ 서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5m 앞에서 보여지는 판사의 언행은 신중해야 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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