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여유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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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이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통용되는 말일 듯하다.

한국인 관광객이라면 입에 달고 다닌 대표적 단어다. 이렇다 보니 한국인 관광객을 본 현지인들의 첫 마디가 돼 버렸다. 어느덧 한국인에 대한 인사말로 정착된 지 오래다. 그도 다소 멋쩍은 듯 웃는 표정 속에 건네는 말이다. 식당에서나 아님 관광지 관람 중에서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빨리 빨리,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단어가 돼 버렸지만 그들의 귀에는 의아함이 분명해 보인다. 그 옛날 유유자적(悠悠自適), 멋과 여유를 즐겼던 조상들은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격변하는 역사의 파동기를 거치면서 달라진 민족성임을 실감케 한다.

필자는 최근 새삼 여유(餘裕)를 만끽하고 있다. 최근 50여 일 동안 정신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왔기 때문일까? 되돌아보면 일상을 바쁘게 보낸 때가 비단 50여 일만이 아닐 듯 싶다. 지내왔던 시간들이 바쁨의 연속이었던 듯하다. 뭐가 그리 급했던지, 먹고 살기가 그리 빡빡했던지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고된 일과는 OECD 주요국 연간 노동시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6년 OECD 39개국 평균 노동시간은 1천763시간이다. 한국은 2천69시간으로 대상국가 중 세번째로 많다. 멕시코가 2천255시간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코스타리카(2천212시간), 한국(2천69시간) 순이다. 반면 노동시간이 가장 적은 나라는 프랑스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등의 순으로 꼽혔다. 누가 봐도 선진국, 곧 짧은 노동시간 국가란 등식이다.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를 휘감은 신조어는 단연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다’는 뜻이다. 삶에 대한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말일게다. 경제 행위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에 대한 삶의 만족도에 무게추가 실리는 단어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도 통상어가 됐다.

입춘이 지나면서 어느덧 풋풋한 봄기운이 감돌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여유로운 봄이다. 기해년 봄의 문턱, 여유를 가져보자.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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