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말에 속아 갖은 고초… 산산이 부서진 내 人生” 도내 근로정신대 할머니 22명 사연 눈길
“日 말에 속아 갖은 고초… 산산이 부서진 내 人生” 도내 근로정신대 할머니 22명 사연 눈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세 꽃다운 나이에 군수공장 끌려가 죽거나 장애… 광복 후 고향에 가니
성노예 오해받고 가족에게 버림받기도 생존자 33명 중 5년간 11명 세상 떠나
道, 실태 조사 바탕 역사교육자료 개발 9월엔 北과 日 진상규명 토론회 추진
1945년 10월19일 해방에 따라 도야마 후지코시 회사로 동원된 소녀들이 귀국 생각에 들뜨며 하카다 항에서 귀국선을 기다리고 있다.
1945년 10월19일 해방에 따라 도야마 후지코시 회사로 동원된 소녀들이 귀국 생각에 들뜨며 하카다 항에서 귀국선을 기다리고 있다.

1940년대 13~15세의 소녀들은 학교에 가고 싶어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군수공장으로 끌려가 고된 일에 시달리며 손가락이 잘리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 청춘이 부서졌습니다. 귀국 후에는 ‘성 노예’로 오해받으며 손가락질까지 받았습니다. 이제 저희 나이 아흔을 넘었고, 친구들 셋 중 하나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모르는 저희 얘기, 들어주시겠나요.

■소녀들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던 혹사
3ㆍ1절 100주년을 맞아 인사를 드립니다. 저희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정신대)입니다. 1944년 5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제작소 등 군수공장으로 떠났습니다. “일본에 가면 공부를 마음껏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라는 말에 속거나 협박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희 앞에는 가혹한 노역뿐이었습니다. 작업장에는 독한 시너 냄새가 진동했고, 맨손으로 페인트칠하느라 고사리 손은 퉁퉁 불기 일쑤였습니다. 절단기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손가락은 수차례 잘려나갔습니다. 특히 1944년 12월 동남해 지진으로 같은 작업장 내 아이들만 6명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공습이 쏟아지는 군수공장으로 인해 친구들은 폭격 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웠습니다.

1944년께 동원된 어린 소녀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기숙사 사감으로부터 지시사항을 듣고 있는 가운데 한 소녀가 뒤돌아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1944년께 동원된 어린 소녀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기숙사 사감으로부터 지시사항을 듣고 있는 가운데 한 소녀가 뒤돌아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귀국의 기쁨도 잠시…오해로 이어진 제2의 고통
악몽 같던 일본에서의 생활은 1945년 광복으로 종료됐습니다. 그러나 이웃들은 저희의 일본 생활을 일본군 위안부(성 노예 피해자)로 연결했습니다. 한 친구 집에서는 근로정신대 과거를 알게 된 남편이 폭력을 부리고 집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피해자는 일본에서의 흘린 피보다 수백 배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현재 경기도에는 피해여성이 22명이 남았습니다. 인원 집계가 시작된 2014년 생존했던 33명 중 5년간 3분의 1(11명)이나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이 미쓰비시(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확정 짓는 판결을 내렸지만, 일본 측이 실제로 사과 및 배상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경기도, 할머니들의 역사 기록하고 북한과 공동으로 일본의 사과 촉구
다행히 경기도에서 아픈 과거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나서준다고 들었습니다. 경기도는 올해 생존자들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문헌조사를 바탕으로 피해 사례를 구체화, 향후 종합계획 수립의 토대를 마련하고 역사교육 자료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오는 9월에는 북한과 함께 고양 킨텍스에서 ‘남북공동 일본 강제동원 진상 규명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이 자리에는 국내ㆍ외 민족ㆍ역사 전문가가 참여해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교육을 위한 방안을 논의합니다.
 

1944년 6월께 인솔자를 따라 나고야시 아쓰다 신궁 참배에 나선 조선여자근로정신대원들. 깃발에 여자항공정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1944년 6월께 인솔자를 따라 나고야시 아쓰다 신궁 참배에 나선 조선여자근로정신대원들. 깃발에 여자항공정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여승구기자

※이 기사는 근로정신대 희생자인 김성주 할머니(90ㆍ안양 거주) 등의 진술과 경기도 자료 등을 바탕으로 피해 할머니 시점으로 작성됐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연예 2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