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세계 여성의 날’… 대한민국 생활이 힘겨운 여성들
빛바랜 ‘세계 여성의 날’… 대한민국 생활이 힘겨운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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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교사하다 2008년 한국행 주부 새터민 주홍글씨 아이들까지 대물림 우려
난민자격 한국온 미얀마 출신 쏘무퍼씨 초등학교 3학년 딸 더딘 한글에 자책감
이주여성 싸늘한 시선에 하루하루 주눅
난민자격으로 2016년 한국으로 들어온 미얀마 출신 쏘무퍼씨(26•여)가 자녀를 돌보고 있다. 조주현기자
난민자격으로 2016년 한국으로 들어온 미얀마 출신 쏘무퍼씨(26•여)가 자녀를 돌보고 있다. 조주현기자

세계 여성의 날이 8일로 111주년을 맞았지만, 고국을 떠나 대한민국 인천에서 새 삶을 살고 있는 새터민과 난민, 이주 여성에게 있어 한국은 여전히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세계다.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대로 15년(2017년 기준)째 1위다. 2018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도 OECD 국가 중 6년 연속 최하위다.

한국에서의 삶이 여성, 그것도 외지인 여성에게 있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북한에서 교사하다 2008년 한국으로 온 김영희씨(36·여·가명)가 10년 넘게 겪은 한국에서의 삶은 애초 꿈에 그리던 것과 무척 달랐다. 직장인이자, 3명의 아이 엄마인 그에게 있어 현실 장벽은 너무 높았다.

일자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고, 출산 휴가조차 제대로 써보질 못했다. 출산한 지 겨우 3개월 만에 회사에 복귀해야 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자신이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받았던 상처를 아이들이 받지는 않을까 늘 걱정을 끌어안고 살아야 했다.

김씨는 “최근 중학생이 된 아들이 집 앞 학교를 두고 먼 곳에 있는 학교를 지원해 갔다”며 “북한 사투리 때문에 소문이 퍼져 상처를 받아 그런 게 아닐까 속상하다. 제발 이 상처가 우리 대에서 끝나길 소망한다”고 했다.

난민자격으로 2016년 한국으로 들어온 미얀마 출신 쏘무퍼씨(26·여)는 요즘 고민이 늘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 때문에 교육비 등 생활비는 늘고 있지만, 수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그에게 있어 아이가 가져오는 가정통신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해, 난처한 일을 당하는 것은 일상 다반사다.

쏘무퍼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가정통신문을 가져오거나, 숙제를 물어볼 때 글을 읽지 못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다”며 “내가 부족해서 아이의 한글이 늘지 않아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에 시집 온 트렁 티 끼우 티엔씨(29·여)는 인천외국인종합지원센터에서 이주여성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09년 한국생활을 시작할 때 겪었던 어려움을 자신과 같은 이주여성이 다시는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한국인의 차별적인 시선은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있고, 아이도 그런 대우를 받을까 항성 두려운 그다.

티엔씨는 “한국인 엄마들은 학부모 행사에 참석해도 나에게 인사도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점점 무뎌져 지금은 괜찮지만, 아이들에게 만큼은 안 그러길 바란다”고 했다.

이관우·이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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