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을 그리워하자
[천자춘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을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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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시야가 뿌옇게 흐려 마치 SF 영화 속의 폐허화된 미래 도시를 연상시킨다. 겨우 내내 ‘삼한 사미’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미세먼지로 온 국민이 고통을 받았는데 3월이 되자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딸이 “아빠,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해지면 결혼하더라도 애기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어요”라는 말에 앞으로의 세상에 대해 불안감이 엄습한다. 지금의 미세 먼지 상황이 지속되거나 악화된다면 우리는 미래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범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우리는 미래 세대로부터 잠시 이 땅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서서히 파괴한다. 또한 길거리에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스크로 얼굴을 도배하고 다니는 탓에 인간적 교감도 어렵게 되었다. 미세먼지는 폐를 파고들어 우리의 육체를 서서히 파괴시키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을 어둡게 만든다.

공해로 인한 대기 오염은 산업화라는 빛의 그림자다. 산업화는 우리에게 편안한 삶을 제공했지만 대기 오염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웠다. 산업혁명 발상지 영국 런던은 1952년 12월, 5일동안 이어진 스모그 현상에 1만여 명이 사망한 최악의 사태를 맞이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대기 오염은 일반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우리의 심신을 갉아먹지만, 영국의 그레이트 스모그처럼 한 순간에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한다는 사실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3월의 미세먼지는 50% 이상이 산둥반도에서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흘러온 것이라 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그러한 우리 주장에 대해 격렬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현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단지 경보 문자 보내는 차원에서 그친다면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의 발생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여 중국에 항의할 것은 명쾌하게 항의하고 국내에서 대책을 세울 것은 구체적으로 시행에 옮겨야 한다. 특히 노후화된 석탄 화력 발전소에 대한 조속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와 천연가스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 재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우리의 자손들에게 푸른 하늘을 돌려주기 위해 정부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효율적인 정책과 투자를 통해 미세먼지 발생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감 노력을 생활화해야 한다. 현대인의 편리한 일상 뒤에는 언제나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마련이고, 그 그림자는 우리의 후손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조금 덜 편리한 생활을 함으로써 후손들이 ‘눈이 부시게 푸르른 하늘’을 다시 노래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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