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용의 THE 클래식] 음악인이 되려면
[정승용의 THE 클래식] 음악인이 되려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보다 밤이 길고, 하늘 문이 열리면 온 세상이 눈부신 하얀 세상으로 변하는 겨울. 필자가 유난히 좋아하는 계절이다.

아쉽게도 이제 겨울과 이별을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거리의 사람들도 자연도 모두 봄맞이 준비로 들떠 있는 듯하다.

지금 밖에서는 우리를 봄으로 안내하는 대자연의 연주소리가 이 새벽에 너무도 어울리는 듯하다. 봄을 재촉하는 빗소리를 배경으로 오랜만에 ‘비발디 사계’를 듣고 있노라니, 필자는 오랜 기간 동안 몸으로 마음으로 누렸던 유럽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속에 이미 와 있는 듯하다. 필자가 경험했던 수많은 공연 중, 지금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공연이 있다.

필자가 유럽에서 유학을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관람한 공연이다. 교수님께서는 일본 연주자가 협연하는 공연이 있는데, 마침 티켓이 2장이다 하시며 필자에게 의향을 물으셨고 교수님과 함께 공연관람을 하게 됐다.

그때 연주된 곡이 ‘비발디 사계’였다. 협연자는 일본의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걸로 기억된다. 음악의 본 고장인 유럽에서 두 동양인이 무대 위의 연주자와 관람석의 청중으로 만났다. 필자는 같은 동양인으로써 그 연주자가 너무도 부러웠고 또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웠다. 현란한 테크닉으로 그가 소개하는 ‘비발디 사계’ 속으로 필자는 한없이 빠져들었다.

공연 후, 교수님과 커피를 마시며 오늘 공연에 대해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교수님의 “오늘 공연 어땠나?”라는 질문에 “오늘 공연 너무 훌륭했고, 연주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테크닉 적으로도 나무랄 때가 없었고요”라고 대답했고, 교수님은 이 대답에 대해 말씀을 이어가셨다. “나도 오늘 공연은 테크닉 적으로 나무랄 때가 없다고 생각하네. 너무도 훌륭한 연주였다네. 한 가지 중요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연주자는 유럽에서 공부한 적도 유럽에서 오랜 생활을 한 적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네. 비발디는 유럽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 했는데, 오늘 연주에서 나는 유럽의 사계를 느끼질 못했다네. 이 점을 직접 느끼게 하고 싶어, 자네를 오늘 이 공연에 내가 초청한 것 일세.”

음악인으로 음악을 창작 하거나 연주함에 있어서 물론 테크닉은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음악은 우리의 음악이 아닌 서양 음악이다. 그들의 건축, 미술, 정치 등, 그들의 문화와 사상을 제대로 알아야 되지 않을까?

음악인으로 만들어져감에 있어, 음악인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점이 아닌가. 질문을 던져 본다.

정승용 지휘자ㆍ작곡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연예 2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