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행량 적은 곳 허가, 통행량 많은 곳 불허 / 도로 예타 ‘지역 균형’ 배점, 이제 없애야
[사설] 통행량 적은 곳 허가, 통행량 많은 곳 불허 / 도로 예타 ‘지역 균형’ 배점, 이제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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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획일화된 예비타당성 평가 기준이 문제다. 사업마다 요구되는 기준은 사업의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를 개개 사업에 맞춰 평가 항목을 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또 이미 국정의 움직일 수 없는 방향이 된 지역 균형발전론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옳지 않다. 다만, 최소한의 사업별 그루핑을 통한 평가 항목 차별화는 꼭 필요하다. 특히 도로, 항만 등 교통관련 SOC의 경우 이런 평가 차별화가 더욱 절실하다.
현재 도로 관련 예비타당성 평가 항목에서 지역 낙후도-지역 균형-가 차지하는 비중은 25~35%다. 일반적인 건설 분야 예타 평가에서와 같은 비중을 적용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경기도 등 수도권의 도로 건설 추진은 건건이 벽에 부딪힌다. ‘잘 사는 곳’으로 분류된 수도권은 이 항목에서 사실상 0점을 받는다. 반면, ‘못 사는 곳’으로 분류된 지방은 25~35점을 얻는다. 이 엄청난 차이가 결과적으로 수도권 도로 불허를 가져왔다.
어이없는 기준이다. 도로는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 요구된다. 교통량이 많은 곳은 필연적으로 인구가 많다. 현행 예타기준이 이 당연한 논리를 어기고 있다. 인구 많고 교통량 많은 곳에는 예타를 통과시키지 않는다. 불과 2~3년 앞 교통지옥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 교통량 없고 인구 적은 지방에만 허가한다. 그러다 보니 속칭 ‘고추 말리는 도로’가 지방 곳곳에 등장했다. 도로라는 특성을 무시한 예타 평가 기준의 결과다.
경기도가 예비타당성 조사 개선안을 만들었다. 신분당선 연장선 예타 탈락을 계기로 마련한 방안이다. 여기서도 ‘지역 낙후도’ 배점 문제는 심도 있게 다뤄졌다. ‘지역낙후도 평가는 광역교통개선대책이라는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지역 경제의 향후 여건 변화를 반영하는 ‘지역 낙후도’는 현재의 교통개선 대책을 목표로 하는 도로 건설 정책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낙후도’를 빼자고 건의했다.
다시 말하지만, 지역 균형 발전론에 대한 이견이 아니다. 대규모 사업에 대한 모든 예타에서 ‘지역 낙후도’를 빼자는 것도 아니다. ‘막히는 곳에 도로 놓는다’는 도로 건설 정책에서만은 빼야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오늘 기재부가 예타제도 개선안을 내놓는다. 무려 20년만에 손 보는 작업이다. 그런 만큼 근본적인 변화, 지역 낙후도 기준 배제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이게 없는 개선안은 수도권 민심 달래기용 시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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