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를 보는 우리의 심정
[사설]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를 보는 우리의 심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일왕의 즉위, 그에 앞서 지난 1일 새 연호 레이와(令和)가 공개되면서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아직도 과거 군주국가에서나 있었던 연호를 쓰는 일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속에 숨어 있는 정치적 함의와 우리의 대응에 대해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연호 ‘레이와’는 지난 30년 4개월간의 ‘헤이세이’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나루히토 일왕 체제로 들어서는 신호탄이다.
아베 총리는 새로운 연호의 의미를 “봄철에 화사하게 피어나는 매화꽃처럼 일본인 모두가 내일을 향한 희망과 함께 꽃을 피워 나가자는 염원을 담아 결정했다”고 자찬했다. 특히 처음으로 중국 고전이 아닌 일본의 고전인 만요슈(万葉集)에서 한자를 따온 점을 강조했다. 레이와(令和) 중 특히 ‘와(和)’는 일본을 뜻하는 대표적 한자 단어다.
특히 ‘와(和)’는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쇼와(昭和)’ 히로히토 일왕의 연호와 같다. 왠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다. 더구나 국수주의로의 길로 치닫는 아베 총리가 만들었다는 말이 일본 언론에 나돌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즉위한 아키히토 일왕은 아베 등 우경화한 일본 정치인들과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평화헌법을 고치는 게 일생일대 숙원인 아베에겐 눈엣가시였지만,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에겐 든든한 우군이었다.
앞으로 즉위할 나루히토 왕세자도 지난 2015년 “패전 70주년을 맞은 일본은 전쟁의 비참함을 기억해야 하며 세계 많은 사람이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분명히 했다.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한·일 관계는 국교 수립 후 최악의 상황이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위안부 합의 마찰, 일본의 경제보복 검토, 독도 영유권 초등학교 교과서 명기 등 첩첩산중이다.
뻔한 얘기지만 일본은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들의 상처를 보듬어줘야 하며 우리 정부도 반일정서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일이 아니다. 한·일 관계 악화는 쌍방 과실이고 서로에게 손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할 때 한·일 관계는 ‘역사는 역사, 협력은 협력’이라는 접근법을 취하겠다고 했으나 지금은 역사만 추궁하고 협력은 간데없다. 일본은 안보,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절실한 이웃이다.
반일도 외면도 답이 아니라면 극일(克日)이 답일 수밖에 없는데 극일을 하려면 우선 문 대통령부터 일본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혹독한 일제 강압 통치를 직접 받아 본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문화 전면개방’이란 과감한 실천으로 포용력 있게 추진했던 대일본 정책을 공부하기 바란다.
과거에만 집착하고 과거의 분노만 이용하는 사람은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사람과 같다. 지나온 길은 알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도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일본의 신 연호 제정을 계기로 정부는 지혜로운 일본 관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연예 2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