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도자기 축제를 기다리며
[천자춘추] 도자기 축제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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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하기 좋은 봄을 맞아 전국에서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본래 전통과 관습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결속을 다지고 이를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기원행사에서 비롯됐지만, 오늘날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산업이나 여가문화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이가 많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공격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매출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에 몰두하는데, 이 때문에 자칫 많은 축제가 특색을 잃은 장터로 전락하기도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문화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그 기반이 되는 역사와 전통문화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공감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데에서 나온다. 한 번쯤 축제의 본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해마다 광주, 이천, 여주에서 각각 열리는 도자기축제는 대표적인 전통공예 문화축제이다. 우리나라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경기도는 일찍부터 도자기가 발달했는데 선사시대부터 따지면 6천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경기도 시흥, 용인, 여주, 고양, 양주시에서는 전라도 강진이나 부안보다 앞서 최초로 고려청자와 백자를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고려~조선시대에는 도내 궁성과 사찰 등을 중심으로 고품격의 도자문화를 꽃피웠다. 특히, 경기도 광주는 조선시대 1467년부터 1883년까지 왕실용 도자기공장인 ‘사옹원 분원 관요(官窯)’가 운영되어 조선백자의 생산을 주도한 역사의 고장이다. 또 고려시대부터 요업이 활발했던 여주는 1930년대 관립 요업시험소와 조선도기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 도자산업의 근대화를 이끌었고, 해방 이후 전통도예 선구자들이 모이기 시작한 이천은 오늘날 도예의 메카로서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다.

한국도자재단의 ‘2018 도자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1천645개 도예공방 가운데 900개가 경기도에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무려 640여개 공방이 광주, 이천, 여주에서 운영된다. 그렇다면 광주, 이천, 여주의 도자기축제는 우리나라 도자공예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성장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수많은 장인들이 지역의 흙과 땔감으로 도자기를 구워내고 고품격의 생활문화를 선도했던 경기도의 도자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이 도자기축제를 성공 가능케 하는 잠재적 자산인 것이다.

오는 4월26일부터(여주는 27일부터) 5월 12일까지 광주, 이천, 여주에서 일제히 도자기축제가 개최된다. 사기장의 후예들이 한 해 동안의 작업성과를 격려하고 풍작을 기원하는 도자기축제를 통해 경기도의 우수한 도자문화가 안팎으로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물론 관광객이 많이 와서 대박이 나는 것도 좋지만 도예인과 도민의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축제가 되면 더욱 좋겠다.

장기훈 한국도자재단 경기도자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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