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언의 문화 들여다보기] 역경·놀이문화서 피어난 신바람 문화 ‘방탄소년단’
[김동언의 문화 들여다보기] 역경·놀이문화서 피어난 신바람 문화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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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뉴스가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2일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가 공개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차트는 물론 전 세계 86개 지역 아이튠스 ‘톱 앨범’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타이에서는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가 ‘글로벌 톱 200’ 4위까지 올랐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공개한 지 37시간37분 만에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하며 세계 최단 시간 기록을 세웠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은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12일과 13일 이틀 연속 1시간여 동안 모바일 접속 오류가 나기도 했다. 온 세상에 방탄소년단 열풍이다.

외국 팝송을 듣고 따라 부르며 성장한 장년층들에게는 충격이자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급박했던 세대에게 서양 문화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인식에 더해 대중가수는 소위 ‘노는’ 아이들이라는 사회적 편견과 부모의 반대로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직업으로 선택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노는 아이들 방탄소년단은 이제 우리나라의 문화적 자부심이자 바람직한 성공 모델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부모 세대의 척박한 문화적 환경 속에 자라난 이들이 어떻게 모든 문화권에 통용되는 보편적이며 동시대적인 정서를 담아내는 세계적 인기 그룹이 되었을까?

이들의 열풍에 뛰어난 노래 실력과 숨이 막힐 듯한 ‘칼 군무’, 그리고 서사를 담은 노래의 메시지가 기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기존의 자본과 유통구조를 장악한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팬들과 SNS를 활용해 직접 소통하며 자발적인 팬덤과 입소문을 노린 전략이 성공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기계문명의 발전에 따른 간편한 네트워크 상의 연결과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문화 트렌드, 지구문명의 패러다임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구석이 남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모여서 춤추며 놀기를 좋아한다. 3세기경 중국의 진서가 쓴 역사서 〈위지동이전〉에 우리 민족이 크게 모여 며칠 간 계속해서 술 마시고 밥 먹고 노래 부르고 춤추었다고 한 기록에서 보듯, 정말이지 춤추고 노래하며 노는 데는 뛰어나다고 느껴진다. 모진 시련과 탄압의 시기에도 모이면 노래고 춤이었다. 힘든 노동과 시위의 현장에서도 노랫소리가 퍼진다. 회식이 노래방까지 이어지는 것은 기본이다. 꽃놀이 단풍구경 때도 노래와 춤이 빠지지 않는다. 심지어 공부하라는 교재의 제목도, 방송 프로그램도 ‘00야 놀자’가 즐비하다.

부모 세대가 살아온 각박한 시대상과 첨예한 이념 갈등으로 새겨진 상처와 아픔이 창작의 풍부한 소재가 되었던 것은 아닌지. 입시 지옥과 서구 중심의 문명 속에서 발아한 저항정신과 긍정적인 도전의식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 이면에는 동서양 문명이 충돌하고 결합하면서 확장된 문화적 다양성과 세계를 보는 안목이 민족의 기질적 원형질인 잘 노는 문화와 결합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조심스레 해 본다.

장시간 노동을 미덕으로 여기던 시절의 비아냥 대상이었던 ‘노는 아이들’의 춤과 노래에 지구적 평화와 상생의 메시지를 담아 신문명 신바람 문화가 더욱 확산되길 기대한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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