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惡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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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어릴 적 우리가 봤던 동화 속에는 늘 주인공과 대적하는 악당이 나온다. 이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주인공을 괴롭히고 평화를 무너뜨리려 애쓴다. 

대부분의 악당은 ‘절대악(絶對惡)’의 모습이다. 이러한 악당들은 현실과는 다른 모습을 형상해 괴리감을 만든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요즘 작품들 속 악당들은 우리와 다를 게 없고 사연 있는 악당들이 많이 등장한다. 사람들에게 ‘악의 평범성’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악의 평범성이란?’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광신도나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아닌 상부의 명령에 순응했던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됐다는 당시 정치 철학가인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개념이다. 쉽게 말하자면, 악은 오히려 평범하고 진부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 관해서 설명해 보려고 한다. 1960년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난 후에, 이스라엘의 비밀 정보기관인 모사드는 나치 전범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아르헨티나에 신분을 위장한 채 살아가고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을 납치하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이히만에게 주어진 업무는 수백만의 유대인을 기차에 태워 가스실이 설치된 수용소로 보내는 일이었다. 그리고 아이히만이 세운 성과는 효율적인 유대인 청소를 목적으로 가스실이 설치된 열차를 제작한 일이었다. 이 기차 안에서, 그리고 이 기차의 종착역인 수용소에서 아이히만에게 학살된 유대인의 숫자만 약 600만명이었다. 아이히만을 체포하는 데에 성공한 모사드는 그를 예루살렘 법정에 세우게 된다.  이 소식을 들은  한나 아렌트는 미국의 잡지 ‘뉴요커’의 특파원 자격으로 이 재판에 참관하게 된다.

법정에 세워진 아이히만의 태도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모든 일은 상부의 명령이었고, 자신은 유대인을 죽인 적도 없고 자신은 무죄라고  오히려 뻔뻔하게 주장하였다. 아이히만에게는 그 당시 사람들의 추측과는 다르게 엄청난 범죄 동기도, 이데올로기도, 이념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평범하고 순응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히만에게는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사고의 무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생각할 줄 몰랐다. 

또 그는 타인의 처지를 헤아릴 줄 몰랐다. 그저 명령이었기에 따랐을 뿐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아이히만의 모습을 보고 악은 아주 진부하고 평범한 것이라며 ‘악의 평범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평범한 악은 남을 생각하지 못하는 태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악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악은 오히려 우리 주변에, 혹은 나에게 존재하고 있다. 정치하는 어른들부터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에게까지 보이는 것이 바로 악의 평범성이다.  

이러한 악을 짓누르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 누군가의 말에만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타인을 헤아리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우리 곁에 도사리고 있는 평범한 악을 없앨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박예진기자(용인 보라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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