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수도권 역차별 투쟁, 이 끝없는 시지프 형벌
[김종구 칼럼] 수도권 역차별 투쟁, 이 끝없는 시지프 형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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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워야 쟁취하는 수도권 역차별
이제 ‘8개 시군 배제’ 투쟁 차례
‘시지프 형벌’이라 여기고 가보자

코린토스의 왕이었다. 교활하고 못된 지혜가 많았다.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저승에 보내졌다. 거기서도 꾀를 내 하데스를 죽였다. 저승의 신을 죽인 대가는 컸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형벌이 내려졌다. 무거운 바위를 산꼭대기로 밀어올리는 벌이었다. 밀어올린 바위는 또다시 굴러 떨어졌다. 올리면 떨어지고 또 올리면 또 떨어졌다. 시지프(Sisyphus)는 영원히 바위를 밀어올리고 있다. 신화(神話)에 남은 형벌이다.
1월 29일. 역차별 투쟁이 있었다. 신분당선 예타 면제 촉구다. 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외면됐다. 사업을 못하게 됐다. 수원시민이 분노했다. 규탄 시위가 이어졌다. 시장ㆍ국회의원이 거리로 나섰다. 도ㆍ시의원은 광화문으로 갔다. 경기일보도 나섰다. 내게도 작지만 할 일이 있었다. 정부가 잘못했다고 썼다. 국회의원이 나서라고 썼다. 뒷짐 지면 안 된다고 썼다. 어지간히도 썼다. 그러면서 작은 희망이 생겼다.
그때, 전언(傳言)이 왔다. “잘할 테니, 그만 쓰라고 해라”. ‘잘 될 것 같으니 그만 써도 된다’는 얘기였다. 신분당선 지역 ‘의원’이다. 그에겐 신분당선이 전부다. 신분당선이 해결되면 역차별 투쟁도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그만의 입장이다. 역차별은 숱하게 많다. 다른 시군 어디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다가올 역차별에 맞서 계속 써대야 했다. 신분당선 역차별이 남긴 도민의 분노를 적나라하게 써놔야 했다.
그리고 2월. 다른 역차별 전쟁이 시작됐다.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결정이다. 135만평의 개발 계획이다. 120조원이 투자되는 사업이다. 또다시 지방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경상도, 충청도와 경쟁했다. 그 지역 언론들이 거칠게 써댔다. 우리 경기일보, 경인일보, 중부일보도 써 댔다. 2월 21일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가 이겼다. 용인 원삼으로 결정됐다. 50년간 외면받던 시골 동네다. 주름 팬 농부가 오랜만에 웃는다.
역차별 전쟁이란 게 어차피 그런 거다. 합리적 논리 따윈 통하지 않는다. 안 간다는 기업을 세무로 압박했다. 그렇게 경기도 기업을 지방으로 빼갔다. 안 간다고 버티니까 법을 바꿨다. 그렇게 수도권 공기관을 지방으로 빼갔다. 여기에 대고 무슨 논리를 말하나. 똑같이 떼쓰는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의 국가 경쟁력? 이런 접근이면 통했을 리 없다. 분당선 이어 또 역차별이냐고 떼 썼다. 그랬더니 ‘원삼’이 됐다.
-박광온 의원에 묻는다. “우리가 신분당선 역차별 계속 써대니까 원삼면이라도 얻은 것 아닌가요.” 밥 자리에서라도 확인받고 싶다. 감사하게도 원하는 답을 준다. “그럼요. 그랬으니까 된 거죠.”-
그리고 어제. 역차별 투쟁거리가 또 생겼다. 경기도가 ‘특별한’ 제안을 했다. 도내 8개 시군-김포ㆍ파주ㆍ연천ㆍ양주ㆍ동두천ㆍ포천ㆍ양평ㆍ가평-을 ‘수도권’에서 빼달라고 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이다. 6개 지역은 군사분계선 접경지다. 2개 지역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다. 군(軍)에 묶여 왔고, 물(水)에 묶여 왔다. 여기에 수정법까지 묶어놨다. 수정법만이라도 빼달라는 요구다. 당연히 들어줄 요구다.
논리로 봐도 푸는 게 맞다. 지난 3일 자 정부 논리가 그랬다. 예타조사 제도를 개편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평가 항목을 구분했다. 수도권 내 접경ㆍ낙후 지역은 비수도권으로 분류하겠다고 발표했다. 8개 시군을 딱 지목됐다. 그랬으면 수정법도 바꾸는 게 옳다. 모법(母法)을 바꿔야 법률 질서에 맞는다. 이런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지방이 또 반대할 것 같다. ‘수정법을 건들면 안 된다’며 또 들고 일어날 것 같다.
그러면 어쩔수 없지 않나. 또 싸워야 한다. 지긋지긋한 역차별 투쟁을 또 해야 한다.
1천300만 경기도민에 지워진 시지프 형벌이다. 신분당선 때 싸웠다. 반도체 클러스터 때 또 싸웠다. 8개 시군 수도권 배제도 또 싸워야 한다.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숙명이다. 달게 알고 가야 한다. 알베르 카뮈도 시지프 형벌을 그렇게 정의했다. “그의 운명은 그의 것이다. 그의 바위도 그의 것이다…산정(山頂)을 향한 투쟁 그 자체로 인간의 마음을 가득 채우기에 충분하다”(著 ‘시지프 신화’ 중에서).
또 가보자. 이번엔 ‘8개 시군 수도권 배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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