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협받는 삼권분립
[사설] 위협받는 삼권분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폐 청산이란 이유로 주류세력을 바꾸고 싶어 한 문 대통령의 목표는 거의 달성한 듯 보인다.
행정부와 입법부에 이어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 장악하게 됐다.
과거 어떤 정권도 지금 정부처럼 삼권을 좌지우지한 적은 없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나라의 근간을 바꾸는 막중한 자리다.
최고의 경륜과 지혜, 균형감각을 지닌 법률가들이 맡아도 쉽지 않은 자리다. 사회의 이념적 분포를 극좌 1에서 극우 10으로 보았을 때 4∼6 사이에 분포하는 게 바람직하나 지금 바뀐 인사들 모두 특정 이념편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히스패닉계 여성 소토마요르를 차기 대법관에 지명한다며 이는 상원 법사위원 전원과 야당 지도자, 헌법학자들, 변호사단체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오바마는 소토마요르의 장점은 “정치적 이념보다는 공정함을 추구하는 높은 자질”이라고 말했다. 연방대법관 1명을 임명하는데 대통령은 물론 미국 전체가 들썩거렸다. 그만큼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륜과 자질, 능력과 품성, 국가관보다는 정권과 코드가 맞고 특정 이념에 경사 된 사람들이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보다 더 심하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사태에서 보듯 재판관 절반 가까이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재판관 인선을 코드가 맞는 자기편 위주로 하다 보니 벌어진 결과다.
구성 자체가 심각한 도덕적 흠을 가진데다 민주적 정통성마저 갖추지 못했다. 헌재는 국민 기본권은 물론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정부 부처 간 권한 쟁의 등에 관한 결론을 내리는 기관이다.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대법원보다 크다. 그런 만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무엇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절실하다.
하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법원까지 특정 이념에 경도된 판사들이 득세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치적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헌법과 법률보다 이념을 앞세운 판결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상황이다. 이미 시작되고 있다.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군 동성애, 선거연령 제한, 종교인 과세, 밤 12시 이전 시위 허용 등 사회적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이 즐비하다. 나라 전체는 분노와 갈등, 혐오로 얼룩져 가는데 적폐 청산 광풍은 계속되고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은 위협받고 있다. 1898년 1월 13일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격문을 통해 간첩누명을 쓰고 투옥된 유대인 드레퓌스 대위를 옹호하면서 정권과 사법부의 구역질 나는 작태를 고발했다. 졸라가 격문에서 갈파했듯이 ‘무고한 사람들의 유령이 가득한 세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삼권분립은 지켜져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연예 2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