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건설 노조의 구호? 현장에선 적폐가 되고 있다
[김종구 칼럼] 건설 노조의 구호? 현장에선 적폐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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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지원 간다’며 작업 중단
일감 투쟁 확성기, 주민 고통
위법ㆍ불법ㆍ횡포 만연 현장

“옆 사업장 얘기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합니다”. 지켜보기도 답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해주는 얘기다.
-4월 26일. 남양주시 호평동 한 공사현장. 두산중공업이 아파트를 짓는 곳이다. 오후 1시가 되자 작업자들이 사라졌다. 형틀 작업을 하던 60여 명이다. 긴급히 서울로 간다고 했다. 민노총과 한노총 간 충돌 현장이다. 회사와는 아무 상의도 없었다. 느닷없이 공사장을 텅 비웠다. 1시 이후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작업자들이 다시 나타난 건 오후 4시다. 줄줄이 출퇴근용 안면인식기를 찍었다. 정상적인 퇴근으로 맞춰놓기 위해서다-
듣기에도 황당하다. 무려 60명이 단체로 보인 행동이다. 무단히 이뤄진 태업(怠業)이다. 뒤늦게 안면인식기 앞에 섰다. 노동 시간을 속이려 한 사술(詐術)이다. 모든 손해를 떠안은 건 회사다. 계획 없이 틀어졌을 공기(工期)다. 현실은 뒤바뀌었다. 작업자들은 당당했고 회사는 궁색했다. 일당의 상당 부분을 임금으로 줬다. 일당의 비율도 원칙이 있을 리 없다. 어떤 공구는 50%, 어떤 공구는 70%다. 행세 좀 하면 많이 받은 듯하다.
“지들 밥그릇 싸움하는데 왜 주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나요”(2018.06.21). 아이디 ‘장클…’가 올린 글이다.
수원 광교 주민들이 힘들어했다. 새벽부터 소음에 시달렸다. 건설 노조가 틀어댄 확성기였다. 일감을 달라는 시위라고 했다. 그때 생긴 주민 분노가 아직도 인터넷에 남아 있다. 성남시 대장 신도시 현장은 요즘 그렇다. 역시 건설노조 확성기다. 아침 6시부터 시작되는 소음이 온 동네를 뒤흔든다. 발화산을 넘어 용인시 지역까지 뒤덮는다. 조용히 살고 싶어 들어온 사람들이다. 갑자기 지축을 흔드는 노동가요가 기상나팔이 됐다.
소음 기준치란 게 있다. 60dB(데시빌)을 넘으면 안 된다. ‘소리 줄이라’고 명령해야 한다. 불응하면 확성기를 압수해도 된다. 하지만, 건설 노조에는 소용없다. 그런 경찰 단속은 들어보지 못했다. ‘출동하면 줄였다가 다시 켠다’고 변명한다. 이걸 말이라고 하나. 건설노조 아니었어도 이랬을까. 결혼 전날 ‘함 사세요!’에도 신고 들어왔다며 출동하는 경찰 아닌가. “도대체 대한민국 공권력은 어디에 있습니까”(황△△ㆍ2018. 6.29).
언론도 책임 있긴 마찬가지다. 건설노조를 주어(主語)에서 뺀다. 타워 크레인이 넘어져 사람이 죽었다. 그 타워 크레인이 낡아서 난 사고였다. 그 배경에 건설 노조의 사용 강제가 있었다. 그런데도 기사에 한 줄 걸치고 만다. 건설 노조 횡포 제보가 숱하게 온다. 회사가 위협받고, 현장이 마비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여기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써 봐야 안 고쳐질 거라고, 공권력이 따라 주지 않을 거라고, 지레 결론 내 버린다.
그 사이 건설 현장은 별스런 세상이 됐다. 불법이 묵인되고, 위법이 통용되는 해방구가 됐다. 어떤 ‘투쟁’ 현장에 내 걸린 현수막이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적폐청산! 건설 노동자의 힘으로 건설 현장 바꿉시다”. 이 얼마나 정의로운 구호인가. 그런데 그 구호 아래 모습은 전혀 다르게 간다. 작업을 팽개친다. 위법이다. 출퇴근 조작한다. 불법이다. 확성기 틀어댄다. 횡포다. 하나같이 언젠가는 적폐로 내몰릴 업(嶪)이다.
4월 26일, 그 호평동 현장 회사. 분명히 할 말이 있을 그 회사. 하지만, 말을 못한다. 오히려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 이유를 다른 현장 직원이 설명한다. “노조에 잘 못 찍히면 해코지 당합니다. 노조가 집회하면 현장도 마비시킵니다. 노동부가 막아줘요? 경찰이 책임져 줍니까? 회사만 무너지는 겁니다. 그 회사도 그걸 무서워하는 걸 겁니다.” 그러면서 이 말을 덧붙인다. “조만간 옆 회사 두 개도 폐업한답니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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