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농업부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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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승용
국승용

2015년 거대한 싸이클론이 남태평양 섬나라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뉴질랜드의 키위 주산지와 사과 주산지를 스쳐지나 갔다. 뉴질랜드 원예 농가들은 자기 농장의 피해를 서둘러 복구하고는 구호품을 싣고 바누아트와 같이 우리에게는 매우 낯선 남태평양의 섬나라로 구호 활동을 떠났다. 그들은 자기 농장에서 함께 일했던 계절노동자들의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자 발 벗고 나선 것이었다. 뉴질랜드 키위 농장의 규모는 평균 4㏊ 남짓, 사과 농장은 평균 10㏊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비교적 규모가 크다. 농작업이 많은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남태평양 섬나라의 청년들이 뉴질랜드 농장에서 일한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1만 2천원 정도, 계절노동자들에게도 뉴질랜드 국내 노동자에 준하는 수준의 노동권이 보장된다. 6개월 간 열심히 일하면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으니 계절노동자들에게 꽤 괜찮은 일자리다. 뉴질랜드 농민들은 함께 일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쌓은 이들이 어려움에 처하자 기꺼이 구호활동을 하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함께 일했던 숙련 기술자들이 이듬해에도 자신의 농장에서 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적지 않은 선진국들이 외국인 계절노동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1년 이상의 외국인 상시 공용은 엄격하게 통제하는데, 외국인이 내국인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 농업도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정상적으로 경영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농촌에서 구하기 힘든 청년 노동력을 내국인보다 낮은 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으니, 외국인 노동자는 농업 경영에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복잡한 문제가 여럿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를 1년 이상 상시 고용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도와 1년 중 최장 3개월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계절근로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농업 부문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종자의 수는 2만 8천명 규모이고, 2018년 기준 계절근로 노동자는 2천200명 수준이다.

농대나 농고를 졸업하고서도 농업 현장으로 취업하는 학생의 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 농업 인력 육성의 문제점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고용허가제를 통해 약 3만 개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63조에 의해 농업과 축산업의 노동자에게는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하더라도 추가 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면서 야근·특근을 해도 수당을 받을 수 없는 열악한 여건이기 때문에 농업 노동을 기피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 자리를 외국인 노동으로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계절근로제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3개월 동안 왕복 비행기 요금과 체재비를 제외하고 다음 해에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충분한 편익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농고ㆍ농대 졸업생은 농업 부분 일자리를 기피하고 그 자리를 외국인이 채우는 현상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교육 시스템이 육성한 인력이 농업 부문으로 취업해 생산성을 높여야 농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해 농업 부분 일자리의 품질을 높이고, 늘어나는 농가의 경영 부담을 정부의 고용 지원 정책을 연계해 완화시키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계절근로제도도 외국인 노동자에게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면서 농가 경영에 도움을 줄 수 방향으로 개선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벌써 5월, 농사에 일손이 많이 필요해지는 시기다. 일자리가 늘지 않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올해도 어김없이 농사 현장 곳곳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보게 될 것이다. 일자리를 늘이면서, 농가의 경영 부담은 최소화하고, 외국인 노동력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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