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호모 페스티부스, 축제는 끝나지 않는다
[문화카페] 호모 페스티부스, 축제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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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학 축제들이 많이 시들해진 것 같다. 지금은 다양한 축제들이 만들어졌지만 예전에 대학 축제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과거의 축제는 눈부시게 빛나는 5월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대학생활의 화려한 꽃이다. 그렇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축제 시즌을 놓친 적이 많았다. 대학 축제를 실감할 수 있는 행사들이 매우 줄어들었고 축제다운 축제를 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는 축제가 돌아오면 오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벚꽃 내리는 봄날에 야외 수업하자는 학생들에게 끌려나가 강의를 해본 적이 있는데, 말들이 민들레 꽃씨처럼 허공에 산산이 흩어져 버려 당황했던 적도 있다. 요즘은 대학 축제의 라인업을 올리며 각 대학에 어떤 연예인들이 출연하는지에 관심이 쏠려있는 경우도 보인다. 대학 축제에 찾아오는 연예인들은 축하해주는 ‘손님’일 뿐이며, 대학 축제는 대학생이 ‘주체’이다.

축제는 원래 종교 제의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제의로부터 신화와 예술 및 종교 등 다양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따라서 축제는 인간의 삶의 고유한 특징과 보편적 원형을 보여준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축제를 하는 존재이다. 호모 페스티부스(Homo Festivus)는 현대 인간의 주요 특징들을 보여준다. 축제의 어원은 일차적으로 ‘즐거움’과 밀접하다. ‘페스티부스’(festivus)는 라틴어 페스툼(festum) 또는 페스투스(festus)에서 유래되며 즐거운, 기쁜, 유쾌한 등의 의미를 가진다. 고대 그리스의 축제에서 즐거움은 이중적이다. 신들은 인간을, 인간은 신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축제를 한다.

우선 신들의 즐거움을 위한 축제의 주요 원리는 ‘경쟁’이다. 니체가 그리스문화를 주도하는 가장 강력한 특징으로 제시하는 것도 경쟁(agon)이다. 축제에서 경쟁을 하는 이유는 인간으로서의 ‘탁월성’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인간이 어떻게 신들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그리스인들은 인간들이 경쟁을 통해 탁월성을 발휘하는 것이 신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종교제의에서 춤이나 시가 및 드라마 등의 경연대회를 열고, 전차경기, 레슬링, 달리기, 권투 등의 각종 운동 경기를 열었던 것이다.

다음으로 인간들의 즐거움을 위한 축제의 원리는 ‘위로’이다. 플라톤은 축제의 기원을 인간의 비참한 삶에 대한 신들의 위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신들은 인간들이 본성적으로 고통 받도록 태어난 것을 불쌍히 여겨 인간들이 노동에서 벗어나 휴식할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삶의 영양분을 얻고 삶의 방식을 재정립할 수 있게 하려고 축제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축제는 단지 먹고 마시고 놀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삶의 활력을 찾고 삶을 재정립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의 축제가 자본주의의 소비문화와 관련하여 일시적인 쾌락을 충족하기 위해 욕망을 소비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얻는 현장이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학 축제는 최소한 축제의 원형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일차적으로 대학 정신을 보여주는 ‘학술제’는 반드시 개최되어야 한다. 교수가 아닌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학문적 경연을 벌이는 제전이 활성화되도록 전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들이 축제를 직접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각종 문화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대학 축제 시즌에 단순한 오락기구들이나 먹거리를 파는 푸드 트럭들이 즐비하게 있는 것은 대학을 시장으로 변질시킬 뿐이다. 그렇지만 축제 현장에 선후배가 함께 자리하여 대화하며 즐기기 위한 장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축제는 만남과 소통을 통해 공동체의 갈등과 투쟁을 지양하고 상호 유대감과 연대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대학 축제에서도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 마련되어 대화를 통해 서로 치유하고 대학생으로서의 연대의식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축제는 끝나지 않는다.

장영란 한국외대 미네르바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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