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부활의 기쁨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삶과 종교] 부활의 기쁨이 온 누리에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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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는 부활 시기를 지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은 죄와 죽음을 물리치고 다시 살아나심을 경축하고, 우리 또한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전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부활은 이 세상의 그 어떤 악보다 더 큰 사랑, 죄인들의 손에 넘어가 십자가에서 죽으신 분을 살리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과 구원의 빛이 온 인류를 비추고 있음을 기념한다. 죄와 죽음이 단절과 분리를 의미한다면 특별히 이 시기는 하늘과 땅, 하느님과 인간이 결합되고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된 시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활 사건을 단순히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하고 나누는 시간으로 보낸다. 우리를 통해서 다른 이가 생명을 살 수 있도록, 온 인류에게 구원의 빛이 전해지기를 기도한다.

이번 4월은 좀 더 의미있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었다. 교구 사제들이 파견된 미국, 페루, 칠레 선교지를 20일 일정으로 방문하고 돌아왔다. 과거의 교회가 유럽과 미주 교회로부터 ‘받는 교회’였다면 이제는 ‘나누는 교회’가 되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열악한 지역에 성당과 학교를 세우고, 우물을 파고, 병원을 짓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한국에서 편안한 사목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물설고 낯선 이국 땅에서 사목하는 신부들의 열정과 기쁨, 그들만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이방인을 마을 어귀에서 북을 치고 춤을 추며 따스히 반겨주었던 가난하고 순박한 신자들의 모습, 5천500m 험한 산길을 차로 2시간 걸려 봉헌한 공소 미사, 우리에게 볼 수 없는 시장 한가운데를 행렬하며 봉헌했던 성지주일 미사!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한 체험이었다. 교구 신부들과 신자들의 공동체를 바라보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소중한 존재요, 사랑안에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목 방문 기간 중 특별히 5천m 험한 산길을 2시간 걸려 도착한 아나니아스라는 공소가 인상적이었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는 낭떠러지로 굴러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길이었다.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조그만 마을, 50여 명의 원주민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하늘까지 닿을 듯한 높은 빌딩과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는 한국 사회의 이방인(?)은 먼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다. 도시화와 세속화의 흐름 속에서도 전통을 보존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 가난하지만 잘 웃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 동물조차도 사람들과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는 듯한 길가의 양들과 강아지들, 신선한 공기와 형형색색의 야생화, 어두운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은 나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었다. 한 달 헌금을 모아도 우리 돈으로 3만 원도 채 안 되는 가난한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애타게 한국인 신부를 기다리고 있었고, 험한 산길을 달려온 그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편리한 삶과 신앙을 살던 내게 그들이 간직한 믿음과 인심은 누구보다 부자였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 하고, 더 자극적이고, 더 편리하고, 빠른 것을 추구하지만 왠지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여유와 미소, 작고 소박한 것에 대한 감사, 익힌 감자와 까칠한 빵이지만 함께 나누어 먹는 인심, 어린 아이가 더 어린 동생을 돌보는데 보채거나 울지 않고 평화로이 뛰어노는 모습, 자연을 잘 보존하고 경외하는 그들의 마음을 잃고 살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떠나보니 새삼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살면서도 얼마나 감사하며 살았는지를……. 낯선 이방인을 반겨주었던 소중한 벗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사랑이 참되기 위해서는 기도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가 기도하면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면 비로소 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마더 데레사 수녀님)

유주성 천주교 수원교구 해외 선교 실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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