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살기 좋은 수도권” -사라진 노무현 정신의 반쪽
[김종구 칼럼] “살기 좋은 수도권” -사라진 노무현 정신의 반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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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수도권 이전부지 지원 약속
약속은 어디가고 ‘또 옮기겠다’
수도권, 이전 저지 위해 싸워야

“재미 좀 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수도 이전을 지칭해 말했다. ‘대통령 될 때 득 좀 봤다’로 들렸다. 원래 그의 표현법이 그랬다. 거친 말로 쉽게 풀었다. 그래서 비롯된 설화(舌禍)도 많다. 이 말도 그랬다. 그에게 수도이전은 가볍지 않았다. 국정 철학이었고 기득권과의 쟁투였다. “재미 좀 봤다”는 그래서 본질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의 정치 공학적 셈법만은 역력했다. 그는 분명 수도 이전을 표로 꿰고 있었다.
이 계산법 역시 노무현 정신의 유산이다. 십수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살아있다. 총선이 다가오자 또 등장한다. 민주당 발(發) 공공기관 이전 공약설이다. “내년 총선 때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122곳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약을 내놓을 것을 당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 당 사무총장 겸 지방혁신균형발전추진단장의 말이다. 공약은 총선 본부의 문패(門牌)다. 그 문패에 ‘수도권 공공기관 빼겠다’라 붙이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재미 좀 볼 듯’하다. 지방(地方)이 벌써 움찔거린다. “부지 용도 변경을 통한 주차장 확보 등 기관 이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대구시의회). “대전시에 신속 대응팀을 꾸려 종합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前 대전시 일자리 특보). “강원도가 앞장서 정리해야 시ㆍ군간 유치 갈등 없다”(강원일보 사설). 유치전쟁의 시작이다. 시의회, 공직 사회, 언론 등이 다 나선다. 공약은 이미 ‘검토’에서 ‘확정’으로 간듯하다.
한심한 건 수도권 정치다. 이번에도 입을 닫고 있다. 모든 게 수도권을 향할 직격탄이다. 경기ㆍ인천ㆍ서울 어느 동네에선가 현실화될 일이다. 122개가 아니다. 정부 출자ㆍ투자회사까지 뺄 기세다. 500개쯤 된다는 예상치까지 나돈다. 이런데도 누구 하나 나서 반대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뭐가 빠지는지 알려주는 이도 없다. 몇 달 전에는 ‘다 가는 건 아니다’(김태년ㆍ성남 수정구)라는 위로라도 있었다. 이제 그마저도 없다.
신성불가침의 노무현 정신이어서 이러나.
그런데 수도권의 기억엔 다른 노무현 정신이 있다. 공공기관 이전 후 수도권에 대한 약속이다. “서울 사람들도 조금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공공기관이 이전하고 남은 빈땅을 정부가 제값을 다 못 받는 한이 있더라도 용도를 녹지 등으로 해서 서울시에 숨 쉴 공간으로 해주면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됩니다”. 2007년 5월 30일 발언이다. 2단계 국가균형발전정책 토론회장에서 했다. 이 ‘포항 선언’을 수도권이 다 들었다.
현직 대통령의 공언이다. 그게 그 후 어찌 됐나. 경기도에서만 47개 공공기관이 나갔다. 이 중 13개 부지에 아파트를 지었다. 15개 부지는 매각 이후 방치돼 있다. 10여개 부지는 아예 팔리지도 않았다. 무려 42차례나 유찰되는 부지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외면했다. 매입해준 부지도 없다. 녹지로 바꿔준 부지도 없다. 숨 쉴 공간으로 해준 부지도 없다. 사람 많다면서 아파트만 때려 짓게 했다. 거짓으로 끝난 대통령 약속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노무현 정신이 맞다. 그런데 그 정신은 두 가지 약속을 품고 있다. 하나는 지방에 공공기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건 지금도 철저히들 따르고 있다. 122개 또는 500개를 더 빼겠다고 한다. 지방에 줄 선물 보따리처럼 흔들어 댄다. 다른 하나는 수도권에 대한 후속 조치다. 이건 12년째 철저히 뭉개고들 있다. 10년째 버려두고 있고-성남ㆍLH 사옥-, 3만평짜리 흉물로 방치하고 있다-안산ㆍ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쯤 되니 보이는 미래도 훤하다. 2020년 2월 전후, 결국 민주당은 전국 공약으로 채택할 것이다. 2020년 4월 15일, 민주당은 또 한 번 ‘재미 좀’ 볼 것이다. 그리고 2020년 4월 이후, 공공기관 수백 개가 움직일 것이다. 그때 수도권 모습도 훤하다. 빈 부지, 빈 건물이 속출할 것이다. 주인 못 찾는 유찰(流札)이 거듭될 것이다. 주변 상가마다 한 집 건너 ‘임대 문의’가 나붙을 것이다. 예언이랄 것도 없다. 그간의 학습이 그렇다.
수도권의 후회…. 이것도 훤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안 된다고 막아 볼 걸, 전국 공약은 수도권 무시라고 싸워 볼 걸, 이전 부지 챙긴다던 노무현 약속 지키라고 따져 볼 걸…. 그때 가면 부질없다. 하려면 지금 해야 한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안 된다고 막아야 하고, 전국 공약은 수도권 무시라고 싸워야 하고, 이전 부지 챙긴다던 노무현 약속 지키라고 따져야 한다. 따져 물어도 된다. 이 또한 수도권에 남긴 ‘노무현 정신’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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