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꽃 중에 군자’ 연꽃
[기고] ‘꽃 중에 군자’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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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나라 유학자 주돈이(周敦, 1017∼1073)는 연꽃을 ‘꽃 중에 군자’라 했다. 특별히 연꽃을 사랑해서 쓴 글 애련설(愛蓮設)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때 묻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속은 비었지만 줄기는 곧고 이리저리 가지 치지 않고 넝쿨 지어 뒤엉키지 아니하고 멀수록 향기가 더욱 맑고 가까울수록 바르고 깨끗하여 멀리서 바라보아도 좋고 가까이하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초여름부터 연꽃이 피기 시작하니 이제 ‘꽃 중에 군자’를 감상할 수 있는 계절이 온 것이다.

양평 두물머리에 있는 세미원은 이달 하순부터 연꽃문화제(6월 21일∼8월 18일)를 개최한다. 20만㎡에 이르는 넓은 면적과 약 20여 개의 크고 작은 연못에 핀 각종 연꽃과 수련을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감상할 수 있다. 연꽃을 보면서 전시, 행사, 교육 및 체험 활동도 함께 할 수 있다. 경의ㆍ중앙선 양수역에서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기에 수도권 어디서나 접근이 편리하다.

진정한 ‘꽃 중에 군자(花中君子)’를 보려면 이른 아침이 최적이다. 맑게 퍼지기 시작하는 햇살과 영롱한 이슬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꽃은 어지러운 세상 속에 오롯이 서 있는 현인군자(賢人君子)의 모습이다.

머리 위로 비추는 햇살이 정오를 알리면 연꽃은 가히 ‘꽃 중에 미인(花中美人)’이며 경국지색(傾國之色)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그 화려함을 보고 시인 오세영은 ‘불이 물속에서도 타오를 수 있다’라고 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연꽃은 사랑하는 사람의 배경으로 더 없는 실루엣이 된다. 어둠이 하나둘 내리면 연꽃은 그 자체로 커다란 등불이 된다. 밤하늘을 어두운 연못 삼아 검은 수면에 하나둘 불을 켠다.

세미원에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희귀종 가시연꽃을 비롯해 토종수련인 각시 수련이 있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 연못에서 서식한다는 노랑어리연꽃이 자라고 있다. 수생식물의 세계적인 육종가인 페리(Perry D. Slocum)가 교배 육종한 연꽃도 모아 놓았다. 그 외 큰 꽃을 자랑하는 아마존강이 고향인 빅토리아 수련을 비롯해 약 36종을 볼 수 있다.

세미원 연꽃문화제를 함께 하시는 분께 꿀팁을 하나 더 드린다. 세미원에는 보물찾기하듯이 숨겨져 있는 ‘모네의 정원’이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화가 모네(1840∼1926)는 엡트강의 물을 끌어 올려 연못을 만들고 수련을 심었다. 잔잔한 물 위로 수련꽃이 발산하는 색깔들과 고요한 수면이 어우러진 모습에 우주의 근본적인 신비한 영감을 얻었고 그의 노년은 연못과 수련 그림에 집중하게 된다. 세미원 모네 연못에는 모네의 그림 속 연못과 수련꽃이 펼쳐진다. 하늘과 그 하늘을 담은 연못 사이에 고요히 떠 있는 수련꽃에서 자연에 담긴 우주의 신비한 영감을 체험할 수 있다. 그 영감을 화폭(幅)에 옮길 수 있다면 세미원 연꽃문화제를 함께 한 귀한 당신도 틀림없이 모네 못지않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최형근 세미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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