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막내형
[지지대] 막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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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가 사상 첫 FIFA 주최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U-20대회(20세 이하)에서 18세 스페인 발렌시아 소속 이강인은 한국 축구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올려놨다. 감각적인 패스로 수비를 흔들었고 공간을 찌르는 정확한 패스로 팀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강인은 준결승전 전반 39분 프리킥 상황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적인 패스로 최준의 천금 같은 결승골을 도왔다. 이번 대회 총 1골 4도움째다. 지난 9일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1골 2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현재 이강인은 이번 대회 유력한 최우수선수(골든볼)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의 닉네임 막내형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과거 한국 축구는 학연, 지연, 혈연에 의해 선수 선발이 이뤄졌고 팀이 구성되면 철저한 위계(?) 질서 아래 서열이 매겨졌다. 소위 선배의 말이 하늘이었고 심지어 선배에게 제대로 패스를 못하면 혼나기 일쑤였다. 그런 한국 축구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가장 어린 이강인에게 막내형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대한민국은 좋게 얘기하면 동방예의지국이어서 장유유서를 철저히 지켜왔다. 한 살만 많아도 형님이라 부르고 예의(?)를 깍듯이 갖췄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위계질서가 철저하다는 축구에서 막내를 형이라고 부른다. 이는 그의 나이가 어리지만 그의 실력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대한민국 축구가 사상 첫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정정용 감독은 이강인을 대한민국호에 승선시키기 위해 의무 차출 규정이 없는 대회인 U-20 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스페인을 직접 찾아 해당 구단과 대표팀 합류를 논의하는 등 남다른 공을 들였다. 과거 대표팀 분위기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20세 형들도 그 누구보다 실력이 뛰어난 막내 이강인을 믿고 따랐고 그를 대한민국호의 사실상 캡틴으로 인정했다. 수직적 조직 문화에 길들여진 대한민국이 실력을 인정하는 수평적 구조로 변화되는 단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거침없는 상승세로 결승까지 오른 태극전사들이 막내형을 중심으로 기적을 이뤄내길 기대한다. 또 대한민국 축구 변화의 중심에 있는 이강인이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ㆍ1979)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ㆍ2005), 폴 포그바(프랑스ㆍ2013)가 수상한 골든볼의 주인공이 되길 기대해 본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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