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6년 애물단지된 수원 영화관광지구 / 잘못된 행정이 남긴 혹독한 유산이다
[사설] 16년 애물단지된 수원 영화관광지구 / 잘못된 행정이 남긴 혹독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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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가 영화동 ‘영화도시개발지구’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안문 일대 2만500여㎡에 계획된 관광지구다. ‘화성(華城) 복원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원대한 계획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수원시가 경기관광공사와 2004년 협약을 맺고 시작했다. 2007년 관광공사가 1만3천800여㎡, 수원시가 6천600여㎡를 샀다. 매입 비용으로만 관광공사가 265억원, 수원시가 100억원을 썼다. 여기에 민간 사업자를 참여시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구상은 구상으로 끝났다. 16년 지나도록 아무것도 된 게 없다. 개발의 한 축이어야 할 민간 업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2007년에도, 2011년에도 공모했으나 무산됐다. 지난해 말로 지정됐던 사업기간 만료를 올 6월30일로 연기까지 했다. 만료를 보름여 앞두고 있지만 참여의사를 밝힌 민간 업자가 없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또다시 사업자 선정은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결과다. 애초부터 민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문화재 보호 규제를 받는 땅이다. 5층 이상의 건축이 불가능하다. 용적률과 건폐율도 각각 200%와 60%로 제한된다. 민간 사업자가 ‘돈’을 남길 수 없는 구조다. 민간 참여를 유도하려는 궁여지책도 있었다. 개발 조건을 느슨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 행정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용적률과 건폐율에 손을 대려 했던 2017년 계획이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거부된 것도 그런 이유다. 바꿀 수도 없고, 바꿔서도 안 되는 규정이다.
돈벌이가 되는 시설로만 채울 수도 없다. 사업 결정 직후인 2005년 민간인들을 철거시켰다. 넉넉지 않은 보상 때문에 반발도 컸지만 강제로 밀어내다시피 했다. ‘화성의 완전한 복원’이라는 명분이었다. 당연히 화성과 어울리는 시설이 만들어져야 한다. 돈벌이 시설로 채우면 안 된다. 2007년 경기관광공사가 쇼핑, 식당가, 드라마센터 등으로 도배된 밑그림을 내놨었다. 시민들로부터 ‘이러려고 주민들 쫓아냈느냐’는 뭇매만 맞고 끝났다.
그렇다고 버려둘 수는 없다. 적절한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다만, 앞서 짚고 가야 할 게 있다. 처음부터 되지도 않을 사업이었다. 대안도 없이 벌인 사업이었다. 그 대가가 지금 도심 한가운데 ‘벌판 7천평’으로 남았다. 멀쩡한 주민들 쫓아낸 행정, 수백억원의 예산을 허공에 날린 행정, 돌이키려니 배보다 배꼽이 커진 행정이다.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책임이 먼저다. 누가 결정했고 누가 밀고 갔는지 잊기엔 너무도 또렷한 과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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