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버스운행 중 이동 승객에 ‘과태료’, 현실성 없다
[사설] 버스운행 중 이동 승객에 ‘과태료’, 현실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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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가 또 현실성 떨어지는 조례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전 운행’을 위해 운행 중인 버스에서 자리 이동하는 승객에게 3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경기도의회는 건설교통위원회 조재훈 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 관리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24일 입법 예고했다. 조례에는 승객이 승하차하기 전에 차량을 출발하는 버스 기사에게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하고,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 좌석을 이동하는 승객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버스가 정차하기 전 승객들이 미리 일어나 문 앞으로 몰리면서 가끔 사고가 일어난다. 뒷좌석에 앉은 승객이 정차 후 일어나면 운전기사 눈치가 보여 서두르는 경우도 많다. 승객이 완전히 타고 내리기 전에 버스기사가 출발을 서둘러 불안할 때도 있다. 버스를 타면서 느끼는 사례다. 안전을 위해 시정돼야 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번에 도의회가 입법예고한 조례안은 문제가 많다. 시내버스 고객의 상당수가 입석 승객이어서 현실과 맞지 않는다. 시내 노선버스의 경우 입석 자체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좌석을 옮기는 행위를 막을 근거가 없다. 뒷좌석에서 앞쪽 자리로 옮기거나 노선도 확인을 위해 잠시 일어나도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좌석이 남았어도 앉는게 불편해 승객이 서있겠다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운전에 열중해야 할 버스기사가 일일이 승객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과태료는 또 누가 어떻게 부과할 것인지. 승객과 기사 사이의 갈등만 커지게 될 것이다.
도의회는 출퇴근 시간대에 입석 승객이 많다는 문제 제기에, 혼잡시간대 과밀버스에 대해서는 단속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책의 일관성이란 면에서 적절치 않다. 상위 법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도 버스기사가 승객의 이동행위를 제한할 권한이 없어 상위법에 근거 없는 조례가 성립 가능한지도 논란거리다.
도의회가 승객 안전을 도모하는 것은 좋지만 조례는 허술하다.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책의 일관성도 없다. 의회내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쳤는지 의구심이 든다. 조례는 도의원 몇명의 짧은 생각이나,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도의회는 지난 3월 도내 초·중·고교 비품 가운데 이른바 ‘일본 전범(戰犯)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전범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는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붙이도록 하는 조례를 추진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철회한 바 있다.
현실성 없는 조례 추진은 논란만 가중시킨다. 의원들은 현안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의견을 수렴하고, 심도있게 토론하고, 공론화 해서 조례안을 발의해야 한다. 소모적 논쟁과 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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