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미술관의 음악회, 국적을 넘어서
[함께하는 인천] 미술관의 음악회, 국적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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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 실황으로 중계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유로파 콘서트를 관람했다. 유럽의 문화유산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오케스트라의 창립기념일인 5월1일에 개최되는 이 음악회는 올해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열렸다.

유명한 조각품들 사이로 배치된 연주자석과 객석들, 그리고 이층 난간에서 내려다보는 청중들을 볼 수 있었다. 재작년에 방문했을 때 봤던 모네, 마네, 드가, 르누아르, 고갱, 고흐의 작품들도 눈에 스쳤다.

영국 옥스포드 출신의 다니엘 하딩이 지휘봉을 잡아 바그너(1813~1883), 베를리오즈(1803~1869), 드뷔시(1862~1918)의 작품들을 연주했다. 올해 서거 150주년이 되는 프랑스의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사랑의 장면을 담은 작품이 연주됐다. 젊은 시절에 베를리오즈에게 영향 받았다는 바그너의 ‘발퀴레’ 중 ‘보탄의 고별’과 ‘마법의 불’도 연주됐다.

바그너는 게르만 민족주의자였으며, 반유대주의적 성향을 보였기에 히틀러(1889~1945)가 유난히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상주의 음악의 시조인 드뷔시는 인상파 회화처럼 음악의 표현 능력을 변혁하려 했다. 그는 바그너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파 음악에 대한 용감한 도전자였으나, 1차대전(1914~1918)의 포화를 들으며 56세에 죽었기 때문에 그의 직접적 후계자를 찾기 어렵다.

미술관에 소장된 회화 거장들이 활동했던 시기에 프랑스와 독일의 음악교류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미술관에서 연주하는 기획에 새삼 놀랐다.

지난 4월에 열렸던 환태평양 외상학회의 뒤풀이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일본 모 대학의 외상학교수와 그의 지도 학생 생각이 났다. 작년에도 참가해 논문을 발표했던 그 젊은 교수는 노래를 시키자 ‘돌아와요 부산항’을 우리말로 꽤 잘 불렀다.

교수의 가방을 들고 다니던 젊은 친구는 전공의가 아니라 아직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의과대학 졸업반이라고 했다. 나의 전공이 성형외과학이라는 것을 알고는 내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는 한국 미용수술의 수준에 관심이 많으며, 어떻게 하면 한국에 와서 미용 수술을 배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 젊은 졸업반 학생의 눈이 반짝거렸다. 마침 외상학회와 MOU를 맺으러 참가한 성형외과학회의 임원들을 그에게 소개시켜 줬다.

모임이 끝나기 전에 그가 걱정스러운 듯이 내게 물었다.

“요사이 한국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을 싫어하지요?(In these days Koreans dislike Japanese, aren’t they?)”

내가 정색을 하고 대답했다. “누가 뭐라하던 학문의 영역에서 우리는 친구야 (Whatever they say, in academic field, we was, are, and will always be friends).”

아직도 음악회의 마지막 곡인 바그너의 <발퀴레> 중 한 곡을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웨일즈 출신 브린 터펠 경(Sir Bryn Terfel)이 열창하던 것이 생각난다. 웨일즈 출신의 성악가가 프랑스의 미술관에서 잉글랜드 지휘자가 이끄는 독일 관현악단의 반주에 맞춰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전 세계에 생중계되던 순간을….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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