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적수 사태가 삼켜버린 인천
[데스크 칼럼] 적수 사태가 삼켜버린 인천
  •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webmaster@kyeonggi.com
  • 입력   2019. 07. 18   오후 8 : 34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 서구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가 인천을 집어삼켰다. 각종 인천의 주요 현안이 뒷전으로 밀렸다. 심지어 인천의 가장 큰 이슈였던 수도권매립지 문제까지 빨아들이며 적수 사태는 ‘이슈 블랙홀’이 됐다. 포털사이트에서 ‘인천’을 검색하면 ‘인천 수돗물’, ‘붉은 수돗물’, ‘인천 붉은 수돗물’, ‘인천 서구 수돗물’ 등으로 넘쳐난다.

앞서 지난 5월31일 금요일 오후 서구지역 주민들은 적수 날벼락을 맞았다. 학교는 급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고, 주민들은 당장 식수는 물론 설거지 물, 씻는 물까지 사용하지 못하며 큰 피해를 봤다. 주민들은 샤워기에 필터를 끼거나 마스크 등에 물을 걸러 수돗물이 붉어지는 것 등을 서로 공유하며 불안해했다. 하지만 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수질검사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다며 수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내놓는 등 안일하게 대처했다. 심지어 샤워기 등 필터가 까매지는 것은 온수를 섞어 쓸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수질 상태에 여전히 의문을 표하는 등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샤워기 등에 끼우는 필터가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인기 상품에 올랐고, 인천 서구지역 아파트와 주택가엔 시와 군·구에서 공급한 생수 더미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적수 사태가 졸지에 전국적 이슈가 되는 순간이다. 이 사태의 시작은 지난 5월30일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되자 인근 수산·남동정수장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 전환 과정에서 일어났다. 기존 관로의 수압변동으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사태 발생 20여 일만에 내놓은 조사결과에선 시 상수도사업본부의 초동대응 부실로 장기화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수계전환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수압을 높여 관에 쌓여있던 물때가 떨어져 발생했다는 것이다. 모든 비난의 화살이 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에게 몰렸고, 결국 몇몇이 책임을 지고 직위해제 등 인사 조치됐다.

하지만 적수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이후 집계된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110여 개 학교의 급식이 중단되고 26만1천여 가구가 피해를 호소했다. 피부질환 및 위장염 호소 환자는 1천500명을 육박한다. 여기에 경찰은 시 상수도사업본부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돌입했고, 인천시의회는 ‘수돗물 적수 사태(서구·중구·강화군) 관련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해 조사하는 등 적수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누군가 책임을 지고, 심지어 형사 처벌까지 받아야 끝이 날 일이다.

이번 사태로 인한 시민의 수돗물 불신은 너무 크다. 그냥 마시는 수돗물은 이제 없다. 당초 우리 수돗물은 불신이 가득했지만, 이젠 더욱 심하다.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 안전지수에서 8위이던 우리 수돗물, 앞으론 못 먹는 수돗물이 됐다. 아무리 마셔도 된다고 홍보해도, 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

과거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따라 붙던 ‘마계 인천’이라는 오명이 이제는 ‘붉은(수돗)물 인천’으로 바뀌게 생겼다. 이 오명이 없어지도록 인천시는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이는 인천에 근무하는 모든 공직자들의 몫이다. 일부 공직자들은 “도대체 (적수 사태가) 언제 끝날까?”라는 묻는데, 이에 대한 답으로 “인천시민 모두가 수돗물을 식수로 마실 때까지”라고 하고 싶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는 그날, 그날이 적수 사태의 끝일 것이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