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맞는 각양각색 풍경] 보름달 같이 환한 ‘희망의 추석’ 인천 밝힌다
[한가위 맞는 각양각색 풍경] 보름달 같이 환한 ‘희망의 추석’ 인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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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터잡은 실향민, 70년 지나도 그리움 여전
남동산단 외국인 근로자도 타지서 외로움 깊어
명절마다 몰리는 강화도… 텅텅빈 도심과 대조
‘연휴기간 해외로’ 인천공항 5일간 90만명 예상
추석 연휴를 2일 앞둔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기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조주현기자
추석 연휴를 2일 앞둔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귀성객들이 고향으로 가는 여객선을 타기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조주현기자

민족 고유의 대명절 추석.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이 말해주듯 추석은 풍요의 상징이다.

물때가 기억나는 섬 귀성 길, 눈 앞에 고향을 두고도 못가는 접경지역 실향민, 명절마다 붐비는 강화도, 타국만리 고향을 그리는 남동산단의 외국인 근로자.

추석 연휴(12~14일)를 앞둔 10일 인천에서 만나볼 수 있는 명절 풍경을 담아봤다.

■ 물때를 기억하는 귀성길
“섬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지금도 물때가 적힌 달력이 옆에 있어야 마음이 편해요.”

인천 옹진군 북도면 시도리(모도)가 고향인 차효선씨(81). 차씨는 물때가 적힌 수협 달력만을 고집한다. 물때는 1일 2번씩 밀물과 썰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때를 말한다. 뭍과 섬을 오가는 섬사람에게 물때는 배 뜨는 시간을 정해주는 중요한 정보다. 연수구에 사는 차씨가 이 달력을 고집하는 것은 물때를 찾아보던 과거의 향수다.

바다를 품은 인천의 대표적인 추석 풍경은 물때를 소중히 했던 이들이 뭍에서 고향섬으로 귀성하는 모습이다. 인천에서는 고향섬으로 향하는 배표를 구하기 위한 예매전쟁도 명절 연휴 전으로 종종 벌어진다. 풍랑 등으로 뱃길이 끊기면 고향섬을 가지 못하거나 고향섬에 갇혀 뭍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도 잦다.

최근에는 뭍과 가까운 섬들을 잇는 연륙교가 계속 생겨나면서 명절 연휴 기간에 차량으로 고향섬을 찾아가거나 여행을 가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 꿈에 그린 고향땅
“처음 인천으로 피난왔을 때는 머지않아 고향땅을 다시 밟고 가족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언젠가는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벌써 70년이란 세월이 지났네요.”

6·25전쟁 당시 황해도 장산에서 시부모, 아들과 함께 인천 강화군 교동면에 터를 잡은 성삼동씨(95). 이후 7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성씨는 고향에서 같이 내려오지 못한 부모님과 남편이 사무치게 그립다. 명절 연휴가 오면 성씨의 그리움은 배로 커진다. 성씨에게 추석 귀성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 자체다.

인천은 성씨와 같은 실향민이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8월 말 기준 실향민(이산가족 신청자) 중 8.2%(4천433명)가 인천에 살고 있다. 이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특·광역시에서 가장 많다. 실향민에게 추석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는 날이다. 이들은 살아생전 고향땅을 다시 밟는 꿈을 꾸며 추석 연휴를 보낸다.

■ 내가 아닌 그들만의 추석

“한국에 와서 3년 동안 고향인 필리핀으로 돌아간 적이 없어요.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고, 회사도 너무 바빠서 고향에 갈 시간이 없었거든요. 명절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들과 밥을 먹는 한국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너무 부럽습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에서 일하는 필리핀인 아셀리씨(30)는 추석을 앞두고 들뜬 한국인을 볼 때마다 고향에서 가족들과 밥을 먹던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 아셀리씨에게 추석은 그냥 휴일일 뿐이다. 연휴를 같이 보낼 가족이나 오랜 시간 정을 나눈 친구를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같은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끼리 만든 커뮤니티를 통해 그들만의 소소한 잔치를 즐기는 것이 유일한 위로다.

영세 제조업이 많은 인천은 전국적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통계청 ‘2017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약 40%가 인천과 경기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국인 노동자에게 추석은 특별한 명절이 아니다. 고향을 쉽게 찾아갈 수도 없고, 맘 편히 만날 가족과 친구도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쓸쓸한 모습도 인천이 가진 추석 풍경이다.

■ 풍족한 강화도, 텅빈 인천 도심
“명절마다 강화도는 사람이 넘쳐납니다. 도심으로 나간 강화 사람들이 돌아오는 것도 있고, 여행객들도 참 많거든요.”

강화도는 명절마다 사람이 몰려드는 명소다. 섬 내 주요도로가 꽉 막히는 일도 연휴 기간 종종 벌어진다. 강화로 귀성하는 이들과 함께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면서 빚어지는 일이다.

지난 2018년 추석 연휴 기간 마니산국민관광지, 함허동천야영장, 강화평화전망대 등 강화 내 관광시설을 찾은 여행객은 3만8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강화 인구의 절반을 넘는 수준이다.

반대로 명절 연휴 기간 인천의 도심은 쓸쓸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2015년 인구총조사 기준 인천은 다른 지역 출신의 인구가 52%를 넘어간다. 이들이 들뜬 귀성객으로 떠난 인천의 도심은 텅 빈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 명절이면 매번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성묘는 주말에 미리 다녀왔어요. 추석 연휴 기간에는 해외여행을 갔다 올 계획입니다. 이미 6개월 전부터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위한 모든 준비를 다 해놓은 상태거든요.”

인천 서구에 사는 김성민씨(35)는 지난 8일 가족들과 성묘를 다녀왔다. 추석 연휴 기간인 12일부터 4일간은 베트남 호치민으로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녀올 생각이다. 김씨는 일찌감치 비행기표도 예매하고, 호텔도 예약했다. 연휴 기간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표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추석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가려는 이들로 인천국제공항은 북적일 게 분명하다. 명절마다 사람으로 가득한 인천공항의 모습은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1일부터 5일간 약 90만6천156명(1일 평균 18만1천233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민·이민수·김승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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