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우현 고유섭의 ‘아름다움’
[함께하는 인천] 우현 고유섭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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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학술대회의 연제로나 또 학술지에 심심치 않게 다루어지는 주제는 바로 ‘아름다움’이다. 진료실에서도 외상 치료나 기형의 재건이나 외모의 향상을 위하여 찾아온 환자들이 상담 끝에 진료실을 나가며 내게 던지는 인사말 가운데 가장 공통적인 주문이 바로 “예쁘게 해 주세요”이다.

이렇게 흔히 쓰이는 ‘예쁘다’의 사전적 정의는 ‘아름답고 귀엽다’ 이며, ‘아름답다’의 뜻은 ‘마음이 즐겁고 기쁜 느낌을 줄 만큼 예쁘고 곱다’이다(연세한국어사전, 2003). ‘아름답다’와 ‘예쁘다’는 마치 자신의 꼬리를 물려고 뱅뱅 돌고 있는 강아지처럼 그 정의에서조차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

작년에 ‘Archives of Plastic Surgery’라는 학술지에 사설(editorial)을 쓰면서, 이 학술지의 전신인 ‘대한성형외과학회지’의 창간호(1974년 10월)의 표지와 누런 갱지에 7편의 논문 목차를 사진으로 찍어 실은 일이 있다. 필자가 고등학생일 때 창간된 학술지를 여태 지니고 있는 연유는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시던 성형외과 선배님이 은퇴하며, 소장한 책과 학술지를 모두 인하대 성형외과 의국에 기증하셨기 때문이다.

학회장을 역임하시기도 한 그 선생님은 우리 과의 집담회에도 가끔 참석하여 후배 교수나 전공의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말씀해주셨는데 특히 ‘미학’에 대해서 하시는 말씀에는 조리가 있고, 내용이 심오하였다.

한참 뒤에야 그 선생님이 인천 출신 미술사학자 우현 고유섭 선생(1905~1944)의 사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현 선생의 자녀 중 유일하게 아버지를 이어 미학을 전공한 따님과 결혼하여 아들만 둘을 두었고, 현재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된 앉아서 도자기를 살펴보는 동상이 바로 외조부를 가장 닮은, 그 선생님의 둘째 아들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자신을 ‘예쁘게’ 만들어 주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성형외과 의사로서 과연 ‘아름다움’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참구’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다시금 찾아 읽어보는 책이 바로 ‘한국미술문화사논총’ (고유섭, 통문관, 1966)이다.

“<아름다움>이란 우리의 말은 미의 본질을 탄력적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아름>이란 것은 <안다>의 변화인 동명사로서 미의 이해작용을 표상하고, <다움>이란 것은 형용사로서 <격>, 즉 가치를 말하는 것이니, <아름다움>은 지의 정상, 지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름>이 추상적 형식논리에 그침과 달라서, 종합적 생활감정의 이해작용에 근저를 둔 것을 뜻한다.”

나는 고유섭 선생이 말한 ‘안다’는 것은 지식만이 아닌 자신의 본질과 대상의 본질을 앎으로써 더 나은 진리를 찾아가는 그 과정을 ‘아름답다’고 말한 것으로 이해한다.

국립박물관 특별전 개막식에서 가끔 뵙던, ‘국립개성박물관’이 그려진 명함을 주시던, 고유섭 선생님의 따님이 생각난다. 그리고 고유섭 선생의 미학을 전공한 따님이 투병 끝에 작고하였을 때 연세대 영안실에 조문하였던 것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사람은 가도 그 업적은 남으니 ‘아름다움’이라는 화두를 곱씹을 때마다 그 부녀가 생각날 것이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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