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로또 1등의 비극
[지지대] 로또 1등의 비극
  •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 입력   2019. 10. 14   오후 8 : 21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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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전주에서 50대 형이 9살 아래 친동생을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끔찍한 사건은 숨진 남성의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이 보는 앞에서 벌어졌다. 형제의 비극은 돈 때문이었다. 로또 1등 당첨이 비극의 씨앗으로 밝혀졌다.

2009년 형은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제하고 8억 원을 수령했다. 이 가운데 3억 원을 누나와 숨진 동생, 또다른 남동생에게 각각 1억원씩 나눠줬다. 형은 나머지 돈으로 식당을 열었으나, 식당 경영이 어려워져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형은 당첨금을 보태 산 동생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천600만 원을 빌려 식당 운영에 썼다. 그래도 식당 경영은 나아지지 않았고, 최근엔 몇달간 대출이자도 못냈다. 형이 빌린 돈 때문에 은행 독촉이 계속되자 형제는 자주 다퉜고, 사건이 일어난 날도 형은 만취상태에서 통화를 하며 언쟁을 벌이다 동생을 찾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형이 로또 당첨이 되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로또 당첨금을 나눠줄 정도로 형제간 우애도 좋고, 형이 당첨금을 흥청망청 쓴 것도 아니어서 안타깝지만 사건은 로또 당첨금이 발단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로또 1등 당첨을 꿈꾼다. 어느날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거라 믿으며, 매주 복권을 산다. 지난해 복권 판매 금액아 4조 원을 넘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 돈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로또 1등 당첨이 비극이 된 사례는 많다.

성실하게 일하던 자장면 배달부가 로또 1등에 당첨돼 세금을 떼고 13억 원을 받았다. 그는 당장 배달 일을 그만두고, 술집 등을 전전하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하는 일이라고는 로또 복권을 사는 것뿐, 재혼한 부인을 상습 폭행해 경찰에 구속됐다. 실수령액 18억 원을 거머쥔 남성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사업을 벌이다 2년만에 모두 날리고는 목욕탕 탈의실에서 목을 매 숨졌다. 14억 원을 받은 남성은 도박과 유흥에 빠져 8개월만에 당첨금을 모두 탕진한 뒤 도박 자금과 유흥비 마련을 위해 금은방을 털다 붙잡혀 감옥에 갔다. 15억 원을 받은 50대 남성은 손위 동서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로또 1등 당첨으로 화목했던 가정이 파탄나는가 하면, 거액을 흥청망청 쓴 뒤 목숨을 끊거나 범죄 유혹에 빠져 인생을 망친 사람들이다. 행운이 찾아와도 현명하게 행동하지 못하면 복이 독이 된다. 세계 각국에서 ‘횡재’가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복권 당첨자의 행복 수치는 눈에 띄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삶의 만족도는 좀 높았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마시라.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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