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옥 칼럼] 남북 평화경제 공허한 메아리인가
[유영옥 칼럼] 남북 평화경제 공허한 메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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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경협의 간판 사업인 금강산 관광경협에 대해 “너저분한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 뒤인 25일 북한당국이 철거문제를 논의하자는 통지문을 보내면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 사업을 비롯한 남북 경협 사업을 김정일 위원장의 치적으로 치부해 왔다. 그런데 김정은은 이례적으로 선대가 추진한 대남정책을 오류라고 비판하고 금강산 독자개발을 선언함으로써 금강산 관광 사업에 투자한 현대아산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김일성ㆍ김정일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어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낳고 있다.

먼저, 현대아산은 7천800억 원이나 투자한 금강산 사업을 통째로 날릴 수도 있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현대 측은 사업이 중단된 12년 동안 1조 원 이상의 매출손실을 내면서도 우리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어 사업의 재개를 준비해 왔다. 그들은 북한과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하여 50년 독점 사업권을 계약한 상태이며 지금까지 금강산에 투자한 금액만도 총 7천865억 원에 이른다.

둘째, 문재인 정권의 대북 화해정책의 핵심인 남북경협사업에 대한 기대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번 김정은이 금강산 관광 사업을 북한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향을 드러낸 것은 노골적인 남한 패싱전략의 일환으로 우리 정부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의 연내 서울 답방과 3차 미ㆍ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문 대통령은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남북 간 철도와 도로의 연결과 경제·문화·인적 교류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평화경제의 기반구축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경제협력이 선순환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다음날 금강산의 남측시설 철거발언으로 응답했다. 이에 앞서 평양에서 개최된 월드컵 예선 남북한 축구경기에서도 북한이 우리 선수단에 적의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끝으로, 세습 정권인 북한에서 김정은이 전례를 깨고 친부인 김정일의 치적을 오류라고 비판했다는 점이다. 김정은 정권의 근간은 우상화를 통해 신격화된 김씨 왕조의 신화에 있다. 따라서 김정은이 선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로 여겨져 왔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김정일의 정책을 비판하고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에 휴대전화와 인터넷공급, 그리고 장마당을 통해 유입된 외부정보의 영향으로 가계우상화의 신화가 약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여겨진다. 김정은이 선대의 남북경협을 ‘남한 의존적인 오류’라고 규정함으로써 우리 정부의 남북경제협력 구상도 구호에 거칠 공산이 커졌다.

이처럼 김정은이 ‘남한 의존적’이라고 비판적 언어의 함의는 남한과 경협을 하면 결국 북한주민들이 남한사람들의 노예로 전락한다는 허구적인 이데올로기와 상징을 만들어 내면서 대남 적대정책으로의 회귀를 시사하고 있다. 그의 대남발언은 철저히 부정적인 상징과 은유로 일관되었다. 한마디로 남북경협사업은 접겠다는 것이었다. 일각의 우려처럼 다음 수순은 개성관광과 개성공단 남측시설의 몰수가 될 개연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남북경제협력정책 구상’도 구호에 거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우리정부는 여전히 남북 평화경제의 구축이라는 공상에 매몰되어 북한에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북한정권은 북한주민들의 안위보다는 단지 김정은 정권의 안보만이 중요한 비이성적이고 표변하는 정권이다. 그러한 북한의 부조리한 정책과 태도에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길은 정부부처들 간의 유기적인 협조와 합동작전일 것이다. 정상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김정은의 망발과 겁박을 용인하며 침묵을 지키는 청와대와 통일부, 그리고 국방부 등 관련부처 장관들의 무소신과 무대응은 너무도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유영옥 국민대교수국가보훈안보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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