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다시 ‘공짜’의 맛에 빠진 아르헨티나
[변평섭 칼럼] 다시 ‘공짜’의 맛에 빠진 아르헨티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신 3사의 5G 가입자 유치경쟁이 뜨겁다. 가히 출혈 경쟁이다. 이런 경쟁 분위기를 타고 어떤 스마트폰 시리즈는 기기 값을 0원으로 내렸고, 전폭적인 지원금을 설정, 사실상 ‘공짜폰’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핸드폰 가게 앞을 지나노라면 쇼윈도에 ‘공짜폰’ 구호가 큼직하게 쓰여 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통신 3사뿐 아니라 불경기가 장기화하자 소비자들의 ‘공짜 선호’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商術)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어떤 식당에서는 ‘3인분 이상이면 막걸리 무제한 공짜’를 써 붙였고, 어떤 삼겹살 식당은 소주 1병을 공짜라고 광고를 하는 등 그 공짜의 형태도 다양하다.

옛날부터 얼마나 공짜를 좋아했으면 ‘공짜는 양잿물도 좋다’는 속담이 생겨났을까. 양잿물은 옛날 세탁용으로 사용하던 독약이다.

이와 같은 공짜 심리를 경제학적으로 정리한 사람이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밀턴 프리드먼의 이른바 ‘공짜 점심 같은 것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이다.

공짜로 점심을 얻어먹어 마음에 빚을 지게 되고 다른 형태로 그 호의를 갚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공짜 점심은 아니며, 상거래에서 공짜 점심값은 이미 거래내용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삼겹살 3인분을 주문하면 소주 1병이 공짜’라고 했을 때 그 소줏값은 계산서에 숨어들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공짜가 갖는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비단 상거래뿐만 아니라 정치에까지 위력을 발휘하게 되고 결국 나라를 혼돈에 빠지게 한다. 남아메리카, 그리스 등에 부는 포퓰리즘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대통령선거에서 4년 동안 버텨오던 우파정권을 물리치고 과거 포퓰리즘의 극치를 이루었던 페론 대통령 시대로 되돌아갔다. 아르헨티나는 한때 세계 경제 7위의 선진국 대열에까지 갔으나, 대통령까지 무기 밀매를 하는 등, 부패가 극심해 졌고, 페론이즘으로 불리는 대중 영합주의가 이어지면서 끝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재임했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집권기간에는 산업의 국유화, 실업문제 해결 방안으로 공무원 대폭증원, 모든 대학생에게 노트북 공짜 지급, 연금확대,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대폭지원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가 엉망이 되어 국가 부채가 2천955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그럼에도 정부예산 19%를 서민생활보조금으로 쏟아 부었다.

결국, 2015년 우파 대통령으로 마우리시오 마크리가 당선되어 집권했으나, 전임자들이 벌려 놓은 포퓰리즘의 뒤치다꺼리를 감당할 수 없어 IMF에 560억 달러(한화 66조 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IMF 역대 최고 금액이다. 그만큼 아르헨티나 경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국민은 이번 선거에서 페론이즘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그는 IMF와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과거에 페론이 했던 것처럼 산업의 국유화 등 국가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고, 복지예산도 오히려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게 국민은 우파 대통령의 정부부처 축소, 공공요금 보조금 삭감, 등 고통분담 요구를 거부하고 포퓰리즘에 열광했다.

공짜에 대한 추억, 그 단맛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정치의 고민이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연예 24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