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여성안심택배함’ 관리 사각… ‘불편택배함’ 전락
‘무인여성안심택배함’ 관리 사각… ‘불편택배함’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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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쓰레기 수북… 악취 풀풀~ 대형차량이 택배함 가로막기도
스크린에 가래침 말라붙어 불결 여성들 물품 찾기위해 ‘고행길’
지난 17일 오후 9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무인여성안심택배함 옆으로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안하경기자
지난 17일 오후 9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무인여성안심택배함 옆으로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안하경기자

“‘안심’ 택배함이 아니라, ‘불편’ 택배함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겠네요.”

지난 17일 오후 9시께 부평구 십정동의 무인여성안심택배함. 택배함 옆으로는 쓰레기가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고, 쓰레기 불법투기를 경고하는 현수막까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쓰레기 악취 탓에 택배함 근처에 가기도 어렵다. 택배함을 찾은 20대 여성은 쓰고 온 마스크 위로 손까지 덮어 코를 완전히 막은 채 택배를 찾아간다.

앞서 오후 7시께 둘러본 미추홀구 문학동의 무인여성안심택배함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곳은 공원 한쪽에 있는 택배함 앞으로 큰 차량이 떡하니 길을 막고 있다. 차량에 택배함 전체가 가려져 이곳이 무슨 시설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남동구와 부평구의 무인여성안심택배함에 있던 112 신고 버튼도 이곳에는 없다. 폐쇄회로(CC)TV도 2~3개씩 설치한 다른 기초단체와 다르게 스크린 위로 1개만 달려 있다. 이 택배함이 여성의 안전을 위해 만들어 놓은 시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정소진씨(27)는 “무인여성안심택배함을 종종 이용하는데, 매번 이용할 때마다 실망을 금할 수가 없었다”며 “이용 버튼에 끈적이는 액체가 묻어있던 적도 있고, 스크린에 누군가 뱉은 가래침이 굳어있는 것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지난 17일 오후 9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무인여성안심택배함 옆으로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안하경기자
지난 17일 오후 9시께 인천 부평구 십정동의 한 무인여성안심택배함 옆으로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안하경기자

여성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인천지역 거리 곳곳에 설치한 일부 무인여성안심택배함이 엉망으로 운영·방치 중이다.

18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택배기사 사칭 범죄 예방과 맞벌이 부부 등 시민 이용 편의를 위해 무인여성안심택배함을 설치하고 있다. 운영은 각 군·구에서 한다. 현재 무인여성안심택배함은 지역 내 55곳이 있다. 시는 오는 2022년까지 무인여성안심택배함을 85곳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무인여성안심택배함은 주변으로 쓰레기가 쌓여있는 등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여성이 이용하기 꺼려지는 혐오 시설로 전락한 상태다. 또 112 신고 버튼이나 CCTV 등 여성의 안전을 위한 장치도 부족한 무인여성안심택배함까지 있어 설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금은 무인여성안심택배함 설치에 집중하고 있어 세세한 관리에 미숙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쓰레기와 불법주정차 등 주변 환경에 대한 문제는 시민 홍보를 벌이는 한편, 운영에도 많은 신경을 쓰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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