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짝사랑
[아침을 열면서]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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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김기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선포한 ‘연말’ 시한이 불과 2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북한은 올 2월 하노이 회담 패착 이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오라고 연말까지 시한을 못 박았다. 그러나 연말 안에 기적적으로 미북협상이 열릴 전망은 어둡다.

오히려 미북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압박이 거듭하자 러브레터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김정은을 한껏 치켜세우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엔 김정은을 다시 ‘로켓맨(rocket man)’이라고 불렀다. 2017년에 ‘화염과 분노’라고 말하면서 전쟁 위기까지 미북갈등과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트럼프는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중대결심’을 상징하는 일선 군단장까지 대동한 백두산 등정 모습과 이례적으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소집을 밝혔다. 협상이 아닌 ‘새로운 길’의 전환을 결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대북(對北) 무력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연말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연인처럼 다정해 보였던 도보다리에서의 문재인ㆍ김정은 남북 두 정상의 모습은 7천만 민족에게 한반도에 새봄과 함께 진정한 평화가 오는 줄 믿게 했다. 이어진 9월 남북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과 평양공동선언 및 전격적인 남북군사합의 발표는 다시는 전쟁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주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미ㆍ북양쪽에서 나오는 신호들은 지난 2년간 끌어왔던 ‘가짜 평화’와 ‘가짜 비핵화 쇼’가 종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와 올해 2월 하노이,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직접 대면한 트럼프는 겉으로는 사랑 표현을 했지만, 속으로는 ‘비핵화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김정은을 선거에 득이 되도록 붙잡아 두면서 적절히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적당히 트럼프를 치켜세우면서 그의 ‘화염과 분노’를 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밀병기를 개발했다. 신형병기는 괌이나 하와이에 떨어지지 않게 하여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서운 속도와 성능을 보이면서 개발됐다. 북한은 올 5월부터 13차례에 걸쳐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북한판 에이태킴스’ 신형 전술지대지 탄도미사일, 신형 초대형 방사포의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국군의 무기로는 방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10월 핵무기 투발수단 중 가장 은밀하고 요격이 힘들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무서운 전략무기인 잠수함발사 미사일(SLBM)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결국 북한은 ‘하노이 노딜’ 후 신형병기 4종 세트를 거의 완성한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김정은은 자신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하면서 그를 ‘짝사랑’하는 이상주의자인 문 대통령이 있어서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 같다. 백령도 인근 창린도에 와서 상시 전투준비태세와 포사격지시를 하면서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고 보란 듯이 이를 방송까지 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한 문 대통령의 친서를 외교적 결례를 범하면서 공개했다.

김정은도 트럼프도 서로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아는 것 같다. 서로 사랑하는 척하면서도 적당히 제 살길을 찾으면서 싸움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자신을 ‘짝사랑’하면서 계속 구애를 보내는 이상주의 지도자가 있어서 웃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불안하다. 오늘 아침은 시계가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더욱 춥기만 하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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