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어린이들 사로잡은 비결? '색다른 경험선사와 문화 포용' 브러쉬씨어터 이길준 대표
[인터뷰] 세계 어린이들 사로잡은 비결? '색다른 경험선사와 문화 포용' 브러쉬씨어터 이길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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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준 브러쉬씨어터 대표(40).
이길준 브러쉬씨어터 대표(40).

지난 2016년 글로벌 아동청소년 공연 극단으로 창단한 브러쉬씨어터는 현재 세계 가장 주목받는 공연 단체다. 이들의 일정표는 세계적인 케이팝 스타의 스케줄을 연상케 한다. 최근 3년간 25개 국가 60여 곳에서 500회 이상 공연했다. 북미와 유럽을 넘어 중국, 중동,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아시아의 가족관객을 매혹했다. 올해 미국에서 30여 곳의 도시 투어를 비롯해 예정된 해외공연만 100여 회에 이른다. 공공외교 사절단이나 다름없다. 척박한 공연 환경을 뚫고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이들의 비결은 뭘까. 지난 8일 서울 상수동 브러쉬씨어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길준 브러쉬씨어터 대표(40)는 미국 출장을 일주일여 앞두고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이 대표는 “북미 아동청소년 아트마켓(IPAYㆍInternational Performing Arts for Youth)에 참여하게 됐다”며 “2018년도에도 이 박람회에 아시아 최초로 섰는데, 두 번째 서는 쉽지 않은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날에 선정하는 빅터(victor)상을 수상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브러쉬씨어터의 탄생은 새로운 공연 생태계에 대한 갈망이었다. 연기를 전공한 이 대표 역시 선후배 동료들이 그랬듯 대학로 극단에서 활동하며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미래는 불투명했다. 후배들은 “선배님은 어떻게 버티세요? 왜 있으세요?” 묻곤 했다. “할 말이 없더라고요. 버티면 잘 될 거야, 여기서 잘 버티면 멋진 영화배우가 될 거야. 극단이, 내가 있는 단체가 내 지금 생활이 목표, 종착지가 아니라 어떤 성공을 위해 잠시 머무르는 수단, 발판에 불과했어요.”

공연계에 새로운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고민 끝에 나온 게 아동청소년 전문 공연 브러쉬씨어터였다. 지향점은 확고했다. 해외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키워드, 경영 마인드가 확고한 예술기업이었다.

즉각 세계시장을 내다봤다. 유럽, 중화권, 북미, 중동, 동남아시아를 돌며 작품을 알려 나갔다. 대표작품 미디어 드로잉쇼 <두들팝>, <리틀뮤지션>, <아무것도 없는 왕국> 등은 즉각 세계 공연시장 큰 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5~2016년에는 세계 최대 연극축제인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Edinburgh Festival Fringe)에 참가해 영국 주요 언론사로부터 별점 5점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 브로드웨이 최대 에이전트 ‘Boatrocker Entertainment’와 월드와이드 계약도 맺었다. 브러쉬씨어터가 마음을 사로잡은 국가의 어린이들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한다. 올해 한한령을 뚫고 중국 10여 곳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문화 이질감이 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와 중앙아시아도 두루 거쳤다. 이 대표는 “우리 작품의 정통성만 고집하지 않았다. 문화권에 대해 존중하고, 포용하는 자세가 우선이기에 문화에 따라 맞추고 각색하기도 한다”며 “그 과정이 관객과의 소통이었고, 또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엔 척박한 공연예술계에서 해외진출 유공 문화교류 공헌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어디서나 쉽게 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 이 대표는 “연극과 공연이 모든 것을 다 보여준다면 영상 이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극의 3요소로 무대, 배우, 관객을 일컫는데, 이젠 아니다. 관객과 경험만 있으면 되는 시대”라며 “많은 사람이 경험하러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영상콘텐츠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공연에서 경험한다면, 공연은 영상시대에서도 충분히, 그 이상의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국내에서도 활발한 활동이 예정돼 있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 공연장 상주단체이기도 한 브러쉬씨어터는 오산과 광명, 용인, 고양, 의정부, 구리 등 경기도 10개 도시에서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브러쉬씨어터의 목표는 구글보다 더 뛰어난 환경의 예술기업을 만드는 거다.

“예술인의 희생으로 좋은 작품 나오는거? 절대 아니예요. 예술가가 행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옵니다. 결혼하면 이 일을 그만둬야 하나, 이런 고민 없이 행복하게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새로운 길을 걷는 거라 시행착오도 많을 것이고, 책임감도 크지만, 언젠간 공연 연극계의 생태계를 바꿀 시작점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수줍은 듯 내뱉은 그의 마지막 말에서 고민 끝에 나온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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