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뺑뺑이 도는 ‘응급 정신질환자’
병원 뺑뺑이 도는 ‘응급 정신질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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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태운 채 3~4시간 도로 방황… ‘구급 활동’ 공백 우려
대부분 “병실 부족” 입원 거절… 道의료원 “5월 병동 운영”

#사례1. 수원소방서에 근무 중인 구급대원 A씨는 지난해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정신질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오후 5시께 접수, 현장으로 출동해 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 병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자 입원을 거절해 인근 병원을 수차례 돌아다니며 입원할 곳을 찾아야 했다. 그럼에도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한 A씨는 결국 경찰에게 환자를 보호 조치 인계한 후 다음날 새벽 4시가 돼서야 복귀할 수 있었다.

#사례2. 지난 2018년 4월 경기지역 일선 소방서에서 근무했던 구급대원 B씨 역시 응급 정신질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 탓에 3~4시간을 도로 위에서 방황했다. 외상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정신질환자 격리병동이 없다는 이유로, 정신과 병원은 외상치료 여력이 없다며 입원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경기도 내 응급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체계가 미흡, 일선 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입원시킬 병원을 찾지 못해 수시간 동안 방황하는 등 ‘구급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수원소방서 등에 따르면 수원지역 자살 관련 출동 건수는 최근 4년간 매년 약 240건(2016년 234건ㆍ2017년 242건ㆍ2018년 242건ㆍ2019년 250건)에 달하고 있다. 자살과 자해 등을 비롯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환자의 경우 ‘응급 정신질환자’로 분류돼 입원 조치가 필요하다. 해당 환자들은 이후에도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살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일반인보다 자살률이 25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응급 정신질환자 신고가 접수될 경우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겨 입원 절차를 마쳐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 병원이 응급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거절,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채 몇 시간 동안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는 등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처럼 구급차가 무의미하게 시간을 허비하면서 응급상황에 놓인 다른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는 등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병원 역시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병실 부족 등의 문제로 응급 정신질환자를 받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고자 경기도의료원 산하 도립정신병원 개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애초 지난해 8월 개원을 목표로 삼았던 도립정신병원은 시설 보수 및 주변 도로 사유지 문제 등으로 예정보다 약 반 년이 지난 현재도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관계자는 “오는 2월부터 도립정신병원 응급실 외래진료를 시작하고, 5월부터 입원 병동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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