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매가 쭉쭉빵빵… 네가 교사냐… 성희롱·인격모독 난무하는 ‘교원평가’
몸매가 쭉쭉빵빵… 네가 교사냐… 성희롱·인격모독 난무하는 ‘교원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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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익명성 보장 악용… ‘합법적인 비난의 장’ 변질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 지적… 도교육청 “해결방안 모색”

“육아휴직 복직 후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육아 스트레스를 왜 학교에서 푸느냐’는 말 들으니 힘이 쭉 빠집니다.”

경기도 내 한 중학교에서 근무 중인 기간제 교사 L씨(30)는 지난 학기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L씨가 평가 결과라며 받아든 글 중에는 이 밖에도 ‘네가 교사냐’, ‘학생들 좀 그만 부려 먹어라’ 등의 표현들도 포함돼 있었다. L씨는 “다른 동료 교사는 ‘몸매가 쭉쭉빵빵’이라는 성희롱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며 “이 같은 학생들의 인격모독, 성희롱 표현은 매 교원평가 때마다 쏟아진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도내 중학교 교사 J씨(37)는 교원평가를 두고 ‘교원 능력을 진단하기 위한 평가’가 아니라 그저 ‘교사에 대한 개인의 평가’라고 평했다. J씨가 지난 학기 교원평가에서 ‘탈모 관리 좀 하자’, ‘안여멸(안경 쓴 여드름 멸치)’ 등 인격모독을 받았다. J씨는 “좋은 얘기 중에서도 단순히 비난하는 목적의 평가를 보면 회의감이 들곤 한다”며 “오죽하면 후배 교사들에게 교원평가가 정신건강이 좋지 않으니 보지 말라고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교사들에 대한 학생들의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익명성이라는 가면 아래 사실상 ‘합법적인 비난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평가가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된다는 것을 악용한 일부 학생들이 도 넘은 표현들을 교사들에게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교원평가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자는 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단순 비난’, ‘인기투표’ 용도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경기도교육청과 도내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교원평가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자 교사들의 능력을 평가, 개발해 전문성을 높인다는 목적으로 2010년 처음 시작됐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은 교원평가에 대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많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실상 익명성을 악용한 학생들의 원색적인 비난이 흔하게 이뤄지고 있고, 교사들의 업무는 수치화로 나타내기 어려워 실효성도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수치화가 어려운 교사들의 업무를 일종의 설문조사로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교사들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욕설 등 비난을 막는 금칙어 시스템을 구현해놔도 학생들의 무분별한 은어 사용 등을 모두 필터링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단순히 교권 침해를 넘어 인격권을 침해하는 내용이 많은 걸 알기에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한 정책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원평가는 학생ㆍ학부모의 만족도 조사에 불과하며 인사상 조치에는 전혀 반영이 안 된다”고 해명했다. 강현숙ㆍ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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