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소·수인역… 재개발에 사라지는 日 수탈의 흔적
정미소·수인역… 재개발에 사라지는 日 수탈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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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중구, 내항 1·8부두 일대 41·20층 주상복합 사업 계획 부지
“식민지시대 건축양식 그대로… 보존 계획 수립필요” 잇단 의견에
“당장 오피스텔 건립 막기 힘들어… 기념비 등 방안 찾을 것”
일제(日帝)의 수탈을 증명하는 1910년대 정미소(인천시 중구 신흥동 1가 34의28)건축물 부지에 고층 오피스텔 신축이 추진되면서, 이 건축물의 보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용준기자
일제(日帝)의 수탈을 증명하는 1910년대 정미소(인천시 중구 신흥동 1가 34의28)건축물 부지에 고층 오피스텔 신축이 추진되면서, 이 건축물의 보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용준기자

인천 내항 1·8부두 일대에 최고 41층 등 고층주상복합 건립이 잇따라 추진(본보 12일자 1면) 중인 가운데, 이들 부지에 남아있는 건축물이 인천 근현대사에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역사학계에서는 인천시가 인천 근대 역사 건축 자산을 보존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인천시와 중구 등에 따르면 신흥동 1가 34의28과 34의34에는 20층짜리 오피스텔 2동을 짓는 사업이 추진 중이다. 현재 구는 건축 허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부지엔 붉은색 벽돌을 쌓아 만든 다수의 정미소가 있다. 이는 과거 식민지시대 일본 제국주의의 수탈 등을 보여주는 정미소다. 역사학계는 이 정미소가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신흥사거리에서 삼익아파트는 과거 일본 자본의 정미소이 즐비했다. 이들 정미소는 인천이나 경기도 이천에서 수탈한 쌀을 찧는 곳으로 이 쌀은 인천항을 통해 일본 본토나 식민지 등으로 보내지곤 했다.

특히 정미소에서는 인천 조선인 여공이 근무하기도 해 식민지시대 인천의 민족 차별 및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깊은 의미가 있다.

게다가 34의34에 있는 정미소는 시의 근대건축자산 기초조사 결과 우수건축자산으로 지정한 건축물이기도 하다. 우수건축자산은 미래 보존 가치가 있어 보존 계획 수립이 필요한 건축물이다.

아쉽게도 그동안 각종 도시개발 과정에서 정미소 대다수가 없어졌고, 현재는 이 부지의 정미소 건물만이 일제 수탈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오피스텔 건축사업이 본격화하면 이 정미소 또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이와 함께 41층 오피스텔 건립이 추진 중인 신흥동3가 7의79도 옛 수인역 부지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수인역은 수원과 인천을 연결하는 수인선의 종점으로 경기도 이천에서 수탈한 쌀을 운반하기 위해 만든 역이다. 해당 부지를 소유하던 코레일(한국철도공사)는 지난 2019년 이 건물을 민간에 매각했다.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과거 수인역사 터도 사라진다.

이와 관련 배성수 인천도시역사관 전시교육부장은 “이 곳은 1910년부터 매립을 시작해 다수의 정미소가 들어선 곳이지만 현재 도시 개발 과정에서 살아남은 극소수의 정미소가 남아있다. 남은 정미소라도 꼭 보존해야 한다”며 “일제의 수탈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건축물을 철거하고 오피스텔을 조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행정”이라고 했다.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도 “건축물이 이대로 사라지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식민지시대 건축 양식이 남아있어 보존가치가 충분하다”며 “인천시가 계획을 수립해 건축물 보존 방안을 세우거나 매입 등을 통해 해당 건축물을 사들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이 부지들은 지구단위계획 상 건축이 가능해 당장 오피스텔 건립을 막기 힘들다”며 “다만 우수건축자산에 대해서는 건축물 보존을 요청했고, 만약 철거해도 정미소 기념비 등을 만들어달라고 구에 요청했다”고 했다.

구 관계자는 “시로부터 보존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받았지만, 우수건축자산이라도 건축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며 “토지 소유주랑 협의해 보겠지만, 소유주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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