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 ‘샤론 崔’ 같은 국회의원을 뽑고 싶다
[변평섭 칼럼] ‘샤론 崔’ 같은 국회의원을 뽑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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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으로 세계적 인물이 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미 언론과의 인터뷰를 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스토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다”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샤론 최가 이것을 어떻게 통역했을까? 그대로 직역을 하면 너무 평범하다. 그런데 그는 “The film is the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라고 통역했다. ‘go into it cold’는 미국식 재미있는 표현으로 ‘무조건, 저지르고 본다’, ‘덮어 놓고 뛰어든다’는 뜻으로 미국 언론인들은 샤론 최의 이 표현에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이뿐 아니라 샤론 최는 봉 감독의 유머까지도 거침없이 통역하는 바람에 아카데미 수상 무대의 깜짝 스타가 되었다. 그래서 세계 언론들이 봉 감독 못지않게 샤론 최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었고 봉 감독의 아바타로 인정받았다. 어떤 언론은 샤론 최가 봉 감독의 영혼까지도 완벽하게 소화한다고 격찬했다.

봉 감독 자신도 그를 가리켜 ‘이분도 멋진 영화감독’이라고 치켜세웠다. 사실 그는 전문 통역사도 아니고 외국어 고등학교를 나와 미국 등 여러 곳에서 영화 제작에 손을 댄 전력이 전부다. 문제는 외국어를 얼만큼 잘하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얼만큼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밑에서 오랫동안 외무장관을 맡은 강경화 장관의 오늘이 있기까지도 그의 통역 실력이 한몫을 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클린턴 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때 동시통역을 맡아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하여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은 그 후에도 엘리자베스 영국여왕과의 회담 등 중요한 회담에서 몇 차례 통역을 맡은 강경화 장관에 대해 “내 말이 강경화 특보를 통해 통역되면 더 멋있게 만들어진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후 강경화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 특보를 거치는 등 외교 무대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 나갔고 오늘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되었다.

통역으로 가장 크게 신분상승을 한 사람은 우리 역사에서 유청신(柳淸臣)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1257년 전라도 고흥에서 태어났는데 신분이 부곡(部曲)으로 고려 사회에서 가장 낮은 하층민이었다. 그러나 그는 몽골어에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어 당시 중국을 지배하던 원(元)나라 집권층과 친밀해질 수 있었다. 조정에서도 원 나라와의 주요 외교 문제를 다룰 때 유청신이 통역을 맡아 잘 해결하는 수완을 보였다.

그리하여 유청신은 고려 충렬왕, 충선왕, 충숙왕 등 3대 왕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부곡’ 신분으로서는 5품 이상 올라갈 수 없었는데도 그는 첨의정승 자리에까지 올라갔다. 물론 원나라의 세력을 등에 업은 것인데 점점 위세가 높아져 임금까지도 좌우하는 등 기고만장했다. 심지어 왕을 폐위하거나, 고려를 원의 식민지로 편입하는 등의 월권을 행사하다 불행한 최후를 맞기도 했다.

이처럼 통역은 그 인물에 따라 그 영향력도 막대하다. 그래서 사심이나 편견 없이 어떻게 상대에게 이쪽의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도 역시 정확히 옮기느냐가 생명인 것이다.

샤론 최가 여느 통역보다 칭송을 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뜩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샤론 최 같은 인물이 많이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국민의 뜻을 정확히 국정에 반영하고 소통하는 국회의원, 당략에 빠져 국민의 뜻을 왜곡하지 않고 국정에 반영하는 국회의원, ‘영혼까지도 전달한다’는 샤론 최 같은 신선한 국회의원을 그려 본다.

변평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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