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멈춤의 미학
[인천의 아침] 멈춤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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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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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이 조용하고 고요한 곳을 비유해서 ‘절간같이 고요하다’라는 말을 쓴다. 요즘 도심의 사찰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산속의 암자같이 조용하다 보니까 정말 절간 같다. 북적이는 도시에서 서로 경쟁하며 살다 보니 바쁜 삶에 익숙해져서인지 나 자신이 생활의 조용함에 조금은 어색해지는 느낌이다. 확실히 주위 환경의 생활 습관이라는 것이 각자의 근본을 흔들고 물결 따라 떠밀려 가는 생활이 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바삐 살아왔다. 이제는 주위도 둘러보고 나 자신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다. 그런데 한국의 고도성장과 풍요한 삶들이 물질 만능주의 생각에 빠지게 하고 있으며, 건강의 무병장수가 백세시대까지 왔고 이제는 영생의 세계에 빠져 생자필멸(生者必滅)이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철학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는 세상이다.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외출을 삼가고 종교집회도 못 가고 집에 가만히 있다 보니 교회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찰은 정말 고요해서 절 같다. 경제적 손실이 커서 좀 문제는 있지만, 잠시만 절 살림 줄이고 살면 바쁘지도 않고 오히려 수행의 시간도 많이 가져서 장점도 있다.

음악은 쉼표가 있으므로 아름답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은 초고속이라는 단어를 너무 좋아한다. 덩달아 코로나 바이러스도 속도를 등에 업고 우리를 공격한다. 이런 세상이 만들어 가는 것은 서로 경쟁으로 인한 인간성 상실과 자연 파괴로 돌아와 결국에는 우리를 공격한다. 잠시 멈추자 주역의 52쾌 간(艮)은 멈춤이다. 때가 멈출 때면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간(艮)쾌를 ‘본다’라고도 한다. 냉철하게 바라보고 사태 해결의 원인 분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 국가 차원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와 2주간의 잠시 멈춤 운동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 승부가 멈춤이라는 화살에 답이 있다는 것이 무언가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는 듯하다. 이제 잠시 멈추고,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나와 타인의 관계, 자연과 생명의 관계 그리고 세상과 상생하는 삶이라는 철학적 가치에 눈을 돌려보자.

비록 병마를 퇴치하기 위한 길이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잠시 멈춤이라는 과제는 우리에게 바이러스 소멸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동안 생활이 편리해졌지만 무언가 부족하고 불안함 속에서 모두가 정서불안이 만연돼 있다. 돈은 벌어서 많은 것을 사고 누리지만 집안에 그냥 버려진 것이 전부다.

이것이 멈춤의 철학을 모르고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멈추면 볼 수 있고, 편안해질 수 있는데 멈추지 않고 사는 우리가 안타깝다. 조금 부족하거나 생활이 불편하더라도 멈춰 서서 모두가 함께하면 부족함과 불편함이 도리어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모든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계시지만 서로 돕고 서로 격려하며 서로 양보하고 서로 이해하는 성숙한 국민으로 거듭나서 빨리 이 난국을 헤쳐나갔으면 한다. 끝으로 여기 한 환경 단체에서 벌이는 다음과 같은 캠페인이 있어 소개한다.

1. 우리는 너무도 바삐 살았습니다. 이제 조용히 멈춰 고요한 시간을 가져봅시다.

2. 우리는 너무 혼자만 생각했습니다. 고통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봅시다.

3. 우리는 너무 인간만 생각했습니다. 다른 생명과 자연, 미래를 생각해봅시다.

4. 우리는 너무 물질만 생각했습니다. 풍요가 아니라 생명이 소중한 것임을 생각해봅시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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