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간판 늘어가는 ‘행리단길’…관리 안하고 방치하는 수원시ㆍ팔달구
외국어 간판 늘어가는 ‘행리단길’…관리 안하고 방치하는 수원시ㆍ팔달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보존·복원하기 위해 수원시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행리단길에는 외국어 간판이 넘쳐나고 있다.


2016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수원 행리단길(행궁동+경리단길) 일대에 한글이 표기되지 않은 ‘외국어 간판’이 범람하고 있다. 관광특구 특성상 이곳에 설치되는 간판은 관련 조례에 따라 한글과 외국어로 병기돼야 하지만, 관할 당국은 수년째 이 같은 문제를 바로 잡지 않고 있다.

27일 오전 10시께 찾은 수원 팔달구 행궁동 일대. 화성행궁 우화관 앞 사거리부터 장안공원까지 이어지는 골목은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카페, 음식점 등이 들어서면서 수원의 필수 관광ㆍ데이트 코스로 자리 잡았다. 서울의 경리단길처럼 독특한 인테리어의 카페와 가게들이 몰려 있어 이른바 ‘행리단길’이라고 불리고 있다.

수원시는 행궁동 일대를 ‘역사성과 문화성이 잘 간직된 곳’이라 홍보했지만, 막상 행리단길을 걸어보니 화성 축조물 외엔 역사와 문화의 정취를 느끼기 어려웠다. 오히려 영어ㆍ일본어 등 외국어 간판이 쉽게 눈에 띄어 시의 홍보문구가 무색할 정도였다. 실제 행궁로와 신풍로 일대 2㎞를 둘러보면서 ‘Hola! Mexi○○’, ‘SAEM BUT○○’, MA○○’ 등 외국어로만 표기된 간판 34개를 발견했다.

외국어 간판은 영어가 가장 많았다. 외국어 간판을 사용하고 있는 매장은 카페ㆍ음식점이 23곳으로 가장 많았고, 상점 등 기타(9곳), 옷가게(1곳), 숙박업소(1곳) 순으로 나타났다.

벨기에에서 온 클로에씨(23ㆍ여)는 “한국의 문화를 사랑해 이곳을 찾았다”면서도 “한국의 성 주변에서 영어와 일본어를 보는 것이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관광진흥법에 의해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곳은 ‘수원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따라 한글 표기가 원칙이다. 외국 문자로 표기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함께 표기해야 한다. 또 행정예고를 통해 주민의 의견을 듣고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한글과 외국어를 병기하는 사항을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일대를 관할하는 수원 팔달구청은 이 같은 기준을 지키지 않은 일부 ‘외국어 간판’을 수년째 방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팔달구청 관계자는 “옥외광고물 한글 표기 원칙을 알고 있다”면서도 “인력 문제로 민원이 있기 전까진 단속에 나설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