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산체스 공방’ 한일수 대표
[문화인] ‘산체스 공방’ 한일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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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 공예도 하나의 예술… 한계 보이지만 자부심으로 계속 전진”

국내에서 야구의 인기는 과거 고교야구와 실업야구로 시작해 1982년 프로야구 개막,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2006ㆍ2009년 WBC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의 호성적 등으로 꾸준한 양상을 띄고 있다. 이에 비례하게 취미로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나 이제 야구는 스포츠의 영역이자 문화의 한 영역으로도 자리잡았다.  

14일 사회인야구 사이트 게임원에 따르면 전국에는 466개 리그 3만894개 팀에서 57만5천874명의 선수가 사회인야구를 즐기고 있다. 사회인야구를 하지 않고 취미로만 캐치볼을 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60만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야구 인구가 늘어났지만 이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 특히 글러브에 관한 이해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런 가운데 글러브 공방을 운영하며 글러브를 제작해 사회인야구에 직접 공급하고 있는 한일수 산체스 공방 대표(42)의 이야기는 글러브를 이해할 수 있음은 물론 그 자신만의 자부심과 야구, 글러브 사랑을 엿볼 수 있어 눈길을 모은다.

“저는 제 자신을 기술자라기보단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야구 문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업계에 종사할 수 있어 기쁨과 자부심 모두를 갖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야구 마니아들이 그렇듯이 한 대표도 어린시절 야구소년으로 자라왔다. 
그는 지난 1986년부터 프로야구를 보기 시작했으며 어린 시절 손에는 늘 공이 쥐어져 있었을 정도로 야구 사랑이 남달랐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를 꿈꿨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을 파악하고 학업을 마친 후 시흥 시화공단에서 CNC 오퍼레이터로 일하며 기계 분야 일을 시작했다. 

그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던 중 지난 2008년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일본 여행 중 고베의 한 골목을 지나가던 중 야구용품점 ‘스미마루 공방’에 눈길을 뺏기게 된 것이다. 글러브 공예가 노인이 통나무 위에 글러브를 올려놓고 하나하나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한 대표는 어린 시절 꿈을 이뤄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에 그는 그날부터 지난 2016년까지 장장 8년에 걸친 기간동안 우리나라와 일본을 오가며 글러브 공부에 나섰다. 

당초 스미마루 공방에서는 한국인인 그에게 기술 전수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가 1년간 장비 구입 등을 핑계로 공방을 오가며 얼굴을 익히자 결국 백기를 들며 기술을 전수 해줬다. 이외에도 그는 일본 포털 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다양한 공방을 오가고, 약 40~50 종류 글러브를 직접 해체하고 조립하며 구조를 파악하는 등 공부를 이어나갔다.

 그는 스미마루 공방에서 꼼꼼함과 글러브 공예의 기초를, 다른 공방에서는 소프트볼, 연식야구, 경식야구용 글러브의 개성 등을 배웠다. 또, 글러브를 직접 사용하는 사람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스포츠 생리학과 인체 구조 공부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지난 2017년 산체스 공방 개점으로 이어졌다. 한 대표는 지난 3년 간 성남 판교, 광주 신현리, 서울 중곡동 등으로 공방을 옮겨가며 약 1천200~1천500개의 글러브를 만들고 유통해왔다. 

글러브는 돼지, 사슴, 소 가죽으로 만든다. 돼지 가죽은 마트용 저가 글러브용이며 사슴 가죽은 부드럽지만 저가로 유통되며 경식야구가 아닌 고무공 등 연식야구용으로 사용된다. 야구인들이 사용하는 글러브는 소 가죽이다. 소 가죽은 ‘킵’과 ‘스티어’로 나뉜다. 킵은 생후 6~18개월 된 송아지의 가죽으로 착수감과 부드러움 면에서 다른 가죽보다 우위에 있다. 스티어는 생후 2년이 지난 후 거세한 숫소의 가죽이며 킵보다 저가에 유통되나 부드러움은 덜한 편이다. 

글러브를 만드는 시간은 5시간에 불과하나 고객 맞춤형을 지향하는 그의 장인정신으로 실제 수정, 개량 기간까지 포함하면 약 6~8주 가량이 걸린다. 한 대표는 “가죽 특성상 프로 선수들은 킵을 많이 사용하는데다 단가도 킵이 더 비싸기 마련”이라면서도 “글러브의 주 판매층은 프로 선수가 아닌 사회인야구 선수들이다보니 단가는 낮더라도 접근성이 높은 스티어로 글러브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글러브 하나만 바라보고 인생의 진로를 바꿔온지도 벌써 12년 째인 한 대표의 향후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글러브 공부를 하면서도 지난 2016년 일본 독립리그에서 2주간 지도자 연수를 받고 현재도 사회인야구 감독을 하면서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비선수출신 선수 한선태(27·LG트윈스)와 같이 사회인야구에서 뛰던 당시 각자 최초의 비선수출신 선수와 지도자가 되겠다는 약속을 해 온 만큼 계속해서 글러브와 야구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한 대표는 “글러브 공예는 한계가 보이는 산업이지만 그 안에서 나 자신의 자부심과 꿈을 갖고 전진하고 있다”라며 “사회인야구 선수에게는 보다 양질의 글러브를 제공하고 다방면으로 계속해서 야구와의 인연을 이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글_권오탁기자 사진_한일수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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