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오월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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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은 노동절에 이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그리고 유권자의 날, 5ㆍ18 민주화 기념일, 발명의 날, 세계인의 날, 방재의 날, 바다의 날이 있고 입하와 소만과 윤사월(23일)이 시작되는 날이 든 달이다. 그래서 오월은 버겁다. 버거워서 그런지 오월에는 희망과 기도의 시가 많이 쓰였고 읽게 된다.

피천득 시인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고 노래했다.

오월 앞에서 스물한 살의 나를 떠올리고 금방 찬물로 세수한 청신한 얼굴을 어떻게 연상했는지 읽고 또 읽는다. 하얀 손가락과 비취가락지 앵두와 어린 딸기 그리고 어머니의 젖무덤같이 풍성하고 따뜻한 모란과 무엇보다도 전나무의 바늘잎도 보드랍다는 대목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할 오월이다.

또 노천명의 시 푸른 오월은 ‘청자 빛 하늘이 곱고 연못 창포 잎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왠일인지 외롭다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고 했고, 곽재구는 강생원의 뱃삯이라는 시에서 뱃사공 강생원이 뱃삯 대신 진달래꽃 살구꽃 수선화 꽃 조팝꽃을 다발다발 받아 싣고 ‘어 참 꽃 좋다 어 참 세상 이쁘다’고 봄을 노래했다.

청자 빛 고운 하늘과 창포 잎을 보고 감미로운 첫여름을 연결시키고 정오의 라일락 숲에서 내 젊은 꿈을 되살리는 푸른 오월이 되레 서럽고 외롭기에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자 했던 노천명의 푸른 오월 그리고 곽재구의 뱃삯 대신 진달래 살구 수선화 조팝의 이쁜 꽃을 통하여 세상이 이쁘다고 오월을 노래했다.

사실 시에서 나오는 봄꽃들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신비하고 예쁜지 정말 놀랄만하다. 나뭇가지마다 꽃이 피고 찬란한 햇살이 꽃 떨기에 머물 때 발걸음은 옮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괴테는 오월을 ‘오 대지여, 오 태양이여! 오 행복이여, 오 환희여! 뜨거운 피로 내가 너를 사랑하듯이 내게 청춘을 주고 기쁨과 용기를 새 노래와 새 춤을 출 수 있는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라….’ 고 노래했다.

나는 올 들어 참기 어려운 몇 차례의 일을 준비 없이 겪었다. 거칠고 공격적인 말투, 이해나 배려는 고사하고 견제의 빛이 역력한 전투태세로 공격해 온 여간 불편한 사건이 서너 차례 연거푸 일어났다. 왜 이리 공격적일까. 왜 이리 부정적일까를 수없이 되뇌었지만, 답 없이 코로나가 왔고 코로나는 재택근무로 나에게 많은 시간을 자연스럽게 베풀었다. 코로나 덕분에 시도 읽고 고전도 뒤적이는 사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재설정 하게 되고 아리고 쓰린 그리운 이름도, 도저히 용서가 아니 되는 이름도 서서히 묽어졌다.

오월은 이틀에 한 번꼴이 기념일인 까닭에 년 중 가장 많은 행사로 분분한 달이다. 그러므로 생각하건대 분분한 오월의 날들은 새 노래와 새로운 춤으로 장식해야 한다. 손에 비누를 쥐고 많은 거품을 내어 오랫동안 씻고 또 씻어내는 동안 오월의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질 것이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아, 살 것 같다. 이것이 오월의 기도문이다.

강성금 안산시행복예절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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